AI 테마주에 몰빵했다가 물린 이야기
작년 겨울, 나는 반도체 관련주 하나에 여윳돈 대부분을 넣었다. 정확히는 여윳돈이라 부르기도 애매한 돈이었다. 비상금 통장까지 헐어서 넣었으니까. 그때는 그게 당연해 보였다. 다들 AI, AI 하던 시기였고, 계좌를 열 때마다 파란불이 아니라 빨간불이 켜져 있었다. 안 사면 나만 바보 되는 기분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꽤 크게 잃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배운 게 잃은 돈만큼은 됐다고 스스로 위로하는 중이다.
어쩌다 몰빵까지 갔나
처음엔 얌전했다. 300만원 정도로 시작했다. 한 달 만에 20% 가까이 올랐다. 세전으로 계산기 두드려보니 60만원. 회사에서 한 달 야근해서 받는 수당보다 컸다. 그때 이상한 감정이 생긴다. "이걸 왜 이제 시작했지?" 하는 조바심.
그래서 돈을 더 넣었다. 적금 깨고, 파킹통장 비우고, 결국 800만원까지 넣었다. 문제는 살 때마다 이미 오른 가격에 샀다는 거다. 평균 단가가 계속 위로 올라갔다. 나중에 보니 내 매수 평균가는 거의 고점 근처였다.
올해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상반기 내내 지수를 끌어올린 게 반도체와 AI 기대감이었는데, 그 기대가 흔들리니까 지수도 같이 무너졌다. 언론에서는 "반도체가 끌어올렸다가 반도체가 끌어내렸다"는 표현을 쓰더라. 내 계좌가 딱 그 문장이었다. 며칠 만에 수익이 사라지고, 원금까지 파고들었다.
숫자로 보면 더 아프다
한번 계산해보자. 평균 단가 근처에서 800만원어치를 들고 있었는데, 고점 대비 35% 정도 빠졌다고 하면 잔고가 520만원이 된다. 앉은 자리에서 280만원이 없어진 거다.
여기서 더 아픈 건 심리다. 물리면 못 판다. "여기서 팔면 확정 손실이잖아" 하면서 버틴다. 근데 버틴다고 오르는 게 아니다. 오히려 더 빠지기도 한다. 나는 반등하면 본전에 팔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반등이 안 오니 팔 타이밍도 없었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산 건 회사가 아니라 분위기였다는 걸. 그 회사가 뭘로 돈 버는지, 실적이 어떤지, 나는 제대로 몰랐다. 그냥 남들이 오른다니까 샀다. 이걸 투자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다.
그래서 뭘 바꿨나
크게 세 가지를 바꿨다.
첫째, 한 종목에 넣는 돈의 상한을 정했다. 전체 투자금의 10%를 넘기지 않기로. 아무리 확신이 들어도 그 이상은 안 넣는다. 확신이 강할 때가 사실 제일 위험하더라.
둘째, 추격 매수를 끊었다. 이미 많이 오른 걸 뒤늦게 따라 사는 게 제일 손실이 컸다. 오르는 걸 못 사서 배 아픈 것보다, 물려서 몇 달을 마음 졸이는 게 훨씬 괴롭다는 걸 몸으로 배웠다.
셋째, 잃어도 생활이 안 흔들리는 돈만 넣는다. 비상금이랑 투자금을 아예 다른 통장으로 분리했다. 지금은 매달 정해진 금액만, 그것도 여러 곳에 나눠서 넣는다. 재미는 없다. 근데 밤에 잠은 잘 온다.
솔직히 아직도 그 종목을 들고 있다. 손절도 못 하고, 추가 매수도 안 하고, 그냥 묻어뒀다. 언젠가 본전 오면 팔지, 아니면 계속 반성문처럼 들고 있을지 모르겠다.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다만 확실한 건, 남들 다 사는 걸 뒤늦게 몰빵하는 건 나한테 한 번이면 충분하다는 거다. 다들 테마주 한 번쯤 물려보셨는지, 어떻게 정리하셨는지 궁금하다.
※ 이 글은 개인적인 정보 공유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