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은 어떻게 1달러에 딱 붙어 있을까 (원화 버전 논의까지)
코인 하면 보통 하루에 몇 %씩 출렁이는 걸 떠올린다. 그런데 코인 시장에서 덩치가 제일 큰 축에 드는 자산은 정작 가격이 거의 안 움직인다. 늘 1달러 근처에 딱 붙어 있다. 스테이블코인 얘기다.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그래서 이게 뭔데?"라고 물으면 딱 부러지게 설명하기 애매한 사람이 많다. 마침 이번 달 국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입법 논의가 다시 불붙었다. 지난주 보도들을 보면 정부가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의원 발의 형태로 이번 정기국회에서 다루는 걸 추진 중이라고 한다. 이참에 스테이블코인이 대체 뭐고, 어떻게 값이 안 흔들리는지, 왜 나라마다 규제로 씨름하는지 숫자로 한번 뜯어보자.
스테이블코인이 뭔가
한 문장으로 줄이면, 특정 자산에 가격을 고정시킨 코인이다. 대부분은 미국 달러에 고정한다. 1코인 = 1달러. 블록체인 위에서 움직이니까 송금은 코인처럼 빠른데, 가격은 달러처럼 안 흔들린다. 이 두 가지를 붙인 게 핵심이다.
규모가 생각보다 크다. 2026년 9월 초 기준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이 약 3,017억 달러다. 우리 돈으로 대충 400조원이 넘는다. 이 중 테더(USDT)가 1,833억 달러로 시장의 60% 정도, 서클의 USDC가 736억 달러로 24% 정도를 차지한다. 그리고 전체의 99.5%가 달러 기반이다. 원화나 유로 기반은 아직 존재감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왜 사람들이 이걸 쓸까. 코인을 사고팔 때 잠깐 돈을 빼놓는 '대기 자금'으로 쓰기도 하고, 나라 간 송금이나 달러가 귀한 나라에서 달러 대용으로 쓰기도 한다. 은행 안 거치고 몇 초 만에 지구 반대편으로 1달러 가치를 보낼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그럼 어떻게 1달러에 붙어 있나
여기가 사실 제일 궁금한 대목이다. 비트코인은 하루에도 몇 %씩 뛰는데, 왜 스테이블코인은 안 움직일까. 답은 단순하다. 발행사가 코인을 찍은 만큼 진짜 달러 자산을 창고에 쌓아두기 때문이다. 이걸 준비자산(reserve)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보자. 어떤 발행사가 100억 달러어치 코인을 시장에 풀었다면, 그 뒤에 현금과 미국 단기국채(T-bill) 같은 안전자산 100억 달러를 갖고 있어야 한다. 이론상 1대1이다. 그래서 누가 코인 1개를 들고 와서 "달러로 바꿔달라"고 하면 1달러를 내준다. 이 교환(상환)이 보장되니까 시장 가격도 1달러에서 크게 벗어나질 못한다.
살짝 벗어나도 자동으로 제자리로 온다. 가령 코인이 잠깐 0.99달러로 떨어졌다고 치자. 그럼 재빠른 사람들이 0.99달러에 사서 발행사에 1달러로 상환해 1센트를 먹는다. 이 매수세가 붙으면서 가격이 다시 1달러로 밀려 올라간다. 반대로 1.01달러로 뜨면 새로 찍어 팔아서 차익을 먹는 쪽이 붙는다. 이 차익거래가 페그(고정)를 지키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문제는 "진짜로 준비자산을 100% 갖고 있냐"는 신뢰다. 창고가 텅 비었는데 코인만 잔뜩 찍은 거면,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상환을 요구하는 순간 무너진다. 은행 뱅크런이랑 똑같은 구조다. 그래서 미국은 지니어스법(GENIUS Act)을 통해 주요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준비자산 100% 보유와 정기 감사를 의무화했다. "찍은 만큼 진짜 있는지 외부가 확인하겠다"는 거다.
무너진 사례도 있었다
모든 스테이블코인이 달러를 쌓아두는 방식은 아니었다. 2022년에 무너진 테라·루나가 대표적이다. 이건 창고에 달러를 쌓는 대신, 알고리즘과 자매 코인으로 1달러를 유지하겠다는 구조였다. 값이 흔들리면 코인을 찍거나 태워서 균형을 맞춘다는 설계였는데, 신뢰가 한번 깨지자 며칠 만에 1달러가 몇 센트로 폭락했다. 전 세계적으로 수십조원이 증발했고 한국 투자자도 많이 물렸다.
교훈은 분명하다. 스테이블코인이라고 다 안전한 게 아니다. 진짜 안전자산이 뒤에 실제로 얼마나, 어떤 형태로 쌓여 있는지가 전부다. "이름에 stable 붙었으니 안심"은 위험한 착각이라는 얘기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왜 논쟁 중인가
이제 국내 얘기다. 원화에 1대1로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자는 논의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다시 뜨겁다. 쟁점의 핵심은 "누가 찍을 자격을 갖느냐"다.
한국은행은 은행 컨소시엄이 지분 51% 이상을 쥐고 발행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화폐에 준하는 물건이니 신뢰가 검증된 은행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금융위원회는 그렇게 은행에 묶어두면 기술 기업 참여가 막혀 혁신이 죽는다며 반대하는 기류다. 이 밖에 발행 인가, 발행액만큼의 준비자산 의무 보유, 이용자의 상환 청구권, 공시 제도 같은 투자자 보호 장치가 함께 논의되고 있다.
정리하면 결국 앞에서 본 두 가지, '누가 발행하느냐'와 '준비자산을 어떻게 강제하느냐'로 수렴한다. 스테이블코인의 생명은 신뢰이고, 그 신뢰를 법으로 어떻게 담보하느냐의 싸움인 셈이다. 입법이 실제로 통과될지, 어떤 형태로 다듬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개인 입장에선 지금 당장 뭘 할 건 없다. 다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에 들어오면 송금·결제 방식이 조금씩 바뀔 수 있으니, 이게 무슨 개념인지 정도는 알아두면 뉴스가 훨씬 잘 읽힌다. 다음엔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결제나 해외송금에서 기존 방식과 뭐가 다른지 숫자로 비교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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