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마다 코인이 무서워진 이유, 물려본 사람의 회고

3년 전 9월이었다. 그때 나는 월급의 절반을 비트코인에 넣고 있었다. 여름 내내 오르는 걸 보면서 "이번엔 다르다"고 믿었고, 8월 말에 한 번 더 크게 샀다. 그리고 9월. 계좌를 열 때마다 한숨이 나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해 9월에만 원금의 20% 가까이를 날렸다. 지금 생각하면 실력이 아니라 그냥 운이 없었던 것도, 운을 실력으로 착각한 것도 맞다.
왜 하필 9월이었나
당시엔 몰랐는데, 나중에 데이터를 찾아보고 좀 허탈했다. 이번 달 나온 시장 분석 자료를 보니, 2013년 이후 비트코인의 9월은 모든 달 중에서 평균·중간값 수익률이 가장 낮았다고 한다. 완료된 13번의 9월 중 8번이 하락 마감, 손실 확률이 약 61.5%. 오죽하면 시장에선 9월을 '렉템버(Rektember, 박살나는 9월)'라고 부른다더라.
물론 예외도 있다. 2023, 2024, 2025년은 3년 연속 상승 마감했다. 그러니 "9월은 무조건 떨어진다"는 것도 틀린 말이다. 계절성이라는 건 확률의 이야기지 법칙이 아니다. 근데 문제는, 내가 물렸던 그해는 하필 그 61.5%에 걸렸다는 거다.
숫자로 다시 보면
그때 내가 왜 그렇게 무너졌는지 계산해보면 답이 나온다. 문제는 하락 자체가 아니라 '몰빵'이었다.
| 상황 | 투입 | 20% 하락 후 | 원금 회복에 필요한 상승률 |
|---|---|---|---|
| 월급 절반 몰빵 | 300만원 | 240만원 | +25% |
| 여윳돈 10%만 | 60만원 | 48만원 | +25% |
똑같이 20% 빠져도, 300만원이 240만원이 되는 것과 60만원이 48만원이 되는 건 심리적으로 완전히 다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20% 떨어지면 다시 원금을 만들려면 25%가 올라야 한다. 빠질 땐 20%인데 회복은 25%가 필요하다. 이 비대칭이 생각보다 잔인하다. 반토막(-50%)이 나면 원금 회복에 +100%가 필요하다. 물타기로 버티려던 내 계획이 왜 안 통했는지, 이 숫자 하나로 설명이 된다.
지금은 어떻게 하나
요즘 시장 얘기를 하자면, 이번 달 트레이더들은 9월 비트코인의 주요 가격대를 대략 7만5천~8만2천 달러 범위로 보고 있고, 9월이 상승 마감하면 10월에 9만 달러를 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근데 솔직히 나는 이런 전망을 이제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3년 전의 나도 온갖 낙관적 전망을 근거로 몰빵했으니까.
내가 바꾼 건 딱 두 가지다. 첫째, 코인에 넣는 돈은 '없어져도 생활에 지장 없는 돈'으로만 제한했다. 전체 자산의 5~10% 선. 둘째, 한 번에 사지 않는다. 매달 정해진 금액만 나눠서 넣는다. 이러면 9월에 떨어져도 다음 달에 더 싸게 담을 뿐, 계좌를 보고 한숨 쉴 일은 없다.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몰빵으로 크게 벌기도 한다. 다만 나는 그 변동성을 감당할 그릇이 아니었을 뿐이다. 자기가 얼마까지 잃어도 밤에 잠이 오는지, 그 금액을 먼저 아는 게 시작인 것 같다. 다들 코인은 자산의 몇 %까지 두시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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