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 증시, 나는 왜 또 추격매수를 했나
지난주 코스피가 종가 기준 사상 최고를 새로 썼다는 기사를 봤다. 4,586. 숫자를 보는 순간 마음이 복잡했다. 기쁘기도 하고, 살짝 억울하기도 하고. 왜냐면 내 계좌는 그만큼 웃고 있지 않았거든.
솔직히 이 이야기는 자랑이 아니라 반성문에 가깝다. 지수가 신고가를 찍는 장에서 오히려 돈을 까먹은, 좀 부끄러운 기록이다.
외국인은 파는데 개인이 받는 장
그날 기사 제목이 인상 깊었다. "외국인 던지고 개인·기관 받아." 외국인은 팔고 나가는데 개인 투자자들이 그 물량을 받아내면서 지수가 올랐다는 거다.
이 문장을 두 가지로 읽을 수 있다. 하나는 "개인들이 드디어 저력을 보인다"는 긍정. 다른 하나는 "외국인이 파는 걸 개미가 받아주고 있다"는 걱정. 나는 그때 첫 번째로 읽었다. 지수가 매일 최고가를 갈아치우는데, 안 들어가면 나만 벼락거지 되는 것 같았거든.
그래서 8월 말에 한번, 9월 초에 또 한번, 오르는 종목을 보고 뒤늦게 올라탔다. 이미 몇 주째 급하게 오른 종목이었다. 차트가 예뻤고, 뉴스도 좋았고, 다들 좋다고 했다. 딱 그런 걸 산 거다.
결과는 뻔했다
들어간 다음 주에 그 종목은 조정을 받았다. 지수는 여전히 4,500선에서 버티는데, 내가 산 종목만 8% 넘게 빠졌다. 지수가 최고가라는데 내 계좌만 파란불. 이게 제일 기운 빠지는 조합이다.
한번 계산해보자. 500만원을 넣었다고 치면 8% 손실은 40만원이다. 40만원이면 한 달 통신비, 넷플릭스, 외식 몇 번을 합친 돈이다. 그걸 일주일 만에 날린 거다. 심지어 시장 전체는 오르는 중에.
더 웃긴 건, 내가 원래 들고 있던 지수 추종 ETF는 그동안 조용히 최고가 랠리를 같이 타고 있었다는 점이다. 가만히 뒀으면 됐을 계좌를, 굳이 손을 대서 뒷걸음질 친 셈이다.
그때 팔았어야 했나, 아니면 사지 말았어야 했나
여기서 두 번째 실수가 나온다. 빠지고 나니까 이번엔 "본전은 와야지" 하는 마음에 못 팔았다. 손절도 못 하고, 물타기도 애매하고, 그냥 붙들고 마음만 졸였다.
돌이켜보면 문제는 판 타이밍이 아니라 산 이유였다. 나는 그 회사를 분석해서 산 게 아니었다. "다들 오르는데 나만 빠진 것 같아서" 산 거였다. 매수 버튼을 누른 근거가 감정이면, 팔 때도 감정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오를 땐 더 오를까 봐 못 팔고, 빠질 땐 본전 생각에 못 판다.
사상 최고가라는 뉴스는 사실 매수 신호도, 매도 신호도 아니다. 그냥 지금 시장이 이 가격을 매기고 있다는 상태 표시일 뿐이다. 근데 그 숫자가 자꾸 "지금 안 사면 늦는다"고 속삭이는 것 같단 말이지. 그 속삭임에 넘어간 게 이번 삽질의 핵심이다.
내가 다시 정한 규칙
이번 일 겪고 나서 스스로 몇 가지를 정했다. 대단한 원칙은 아니고, 나 같은 사람이 또 안 당하려고 만든 방어막이다.
첫째, 신고가 뉴스가 나온 날엔 매수 버튼을 안 누른다. 최소 하루는 재운다. 급하게 사고 싶은 마음 자체가 위험 신호라서.
둘째, 종목을 살 땐 "왜 사는지" 한 줄로 못 적으면 안 산다. "올라서" "다들 사서"는 이유가 아니다.
셋째, 추격매수용 돈과 적립식 투자용 돈을 지갑부터 분리했다. 매달 지수 ETF에 자동이체로 넣는 돈은 시장이 최고가든 폭락이든 그냥 흘러가게 두고, 개별 종목 베팅은 따로 떼어둔 소액으로만 한다. 이러면 최소한 판 전체가 흔들리진 않는다.
사실 정답은 없다. 누군가는 추격매수로 크게 벌기도 한다. 다만 나는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이번에 또 확인했을 뿐이다. 지수가 최고가일 때 제일 무서운 건 시장이 아니라, 나만 뒤처진다는 조급함이더라.
다들 이런 장에서 어떻게 버티시는지 궁금하다. 최고가 장에서 추격매수 참는 나만의 방법 있으면 댓글로 좀 알려주세요.
※ 이 글은 개인적인 정보 공유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