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꼭대기에서 산 이야기, 그리고 3년 뒤

솔직히 이 얘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 근데 요즘 다시 코인 시장이 시끄러워지는 걸 보니까, 그때 내가 뭘 잘못했는지 한 번쯤 정리해두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지난달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 한 달 순유출이 4억 달러를 넘겼다는 뉴스가 나왔다. ETF 출시 이후 월별 최대치라고 하더라. 가격은 6만 달러 아래로 밀렸고. 그 기사를 보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덤덤했다. 예전 같았으면 계좌 열어보고 한숨부터 쉬었을 텐데.
다들 벌었다는데 나만 없었다
몇 년 전이었다. 주변에서 코인으로 돈 벌었다는 얘기가 진짜 많이 들렸다. 회사 후배는 점심시간마다 차트를 봤고, 사촌은 "형 이거 지금이라도 들어가야 돼"라고 했다. 나는 그때까지 코인을 안 하고 있었다. 사실 무서웠으니까. 근데 매일 오르는 걸 보니까 안 하는 내가 바보 같았다. 이걸 요즘 말로 포모(FOMO)라고 하던데, 그때는 그런 단어도 몰랐고 그냥 조급했다.
결국 들어갔다. 처음엔 300만원. 이틀 만에 30만원이 붙었다. 그때 확신했다. "아, 이거구나." 그래서 더 넣었다. 적금 깨고, 비상금까지 끌어와서 총 1,500만원을 밀어넣었다. 지금 생각하면 미친 짓이었는데, 그때는 그게 합리적인 판단처럼 느껴졌다는 게 제일 무섭다.
꼭대기는 항상 지나고 나서 안다
내가 마지막으로 산 게 하필 고점 근처였다. 사고 나서 일주일은 괜찮았다.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어느 주말, 하루 만에 20% 넘게 빠졌다. 계좌를 보는데 손이 떨렸다. 1,500만원이 1,100만원이 되어 있었다.
여기서 내가 한 두 번째 실수. 손절을 못 했다. "곧 반등할 거야"라는 말을 스스로한테 계속 했다. 반등은 없었다. 몇 달에 걸쳐 계좌는 700만원까지 내려갔다. 반토막이 난 거다. 그때 제일 힘들었던 건 돈보다도, 밤마다 차트를 붙잡고 있는 내 모습이었다. 회사 일도 손에 안 잡히고, 자다가도 깨서 시세를 봤다. 이게 정상적인 삶이 아니라는 걸 그제야 느꼈다.
결국 얼마를 잃었나, 그리고 뭘 배웠나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약 3년을 버텼다. 중간에 두 번 정도 시장이 크게 올라서, 원금 근처까지 회복된 적이 있었다. 근데 그때도 못 팔았다. 이번엔 "더 오를 것 같아서" 못 팔았다. 인간이 참 일관성 없다. 결국 지지부진하다가, 마음 정리하고 대부분 정리했을 때 최종 손실은 원금 대비 대략 350만원 정도였다. 다행히 반토막에서는 회복한 셈이지만, 3년 동안 마음고생한 걸 생각하면 이자로 쳐도 남는 게 없었다.
이 경험에서 내가 진짜로 배운 건 세 가지다.
첫째, 남들이 벌었다는 얘기가 제일 많이 들릴 때가 대체로 위험한 구간이더라. 조용할 때가 아니라 시끄러울 때 조심해야 한다.
둘째, 잃어도 되는 돈으로만 해야 한다는 게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비상금까지 넣으니까 판단이 흐려졌다. 돈에 여유가 없으니 손절도, 익절도 다 겁이 났다.
셋째, 변동성이 큰 자산은 내가 매일 들여다보게 만든다. 그 시간과 정신적 소모까지 비용이다. 나는 그 비용을 계산에 안 넣고 있었다.
요즘 다시 코인 시장이 오르네 내리네 말이 많다. 지난달 ETF 자금 유출 뉴스처럼, 큰 돈이 움직이는 흐름은 개인이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이제 코인을 아예 안 한다기보다, 정말 없어도 그만인 소액만, 그리고 매일 안 보는 선에서만 둔다. 정답은 아닐 거다. 각자 상황이 다르니까. 다만 3년 전의 나한테 딱 한마디만 할 수 있다면, "그거 비상금이잖아, 넣지 마"라고 하고 싶다.
다들 그때 어떻게 버티셨는지, 아니면 어떻게 정리하셨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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