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밸런싱을 3년 미루다 물린 이야기

이번 달 증시 뉴스를 보다가 뜨끔했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는 리밸런싱이 7월 코스피의 핵심 변수라는 기사였다. 그 큰 돈덩어리도 비중이 너무 커지면 기계적으로 판다는데, 정작 내 계좌는 3년 넘게 손도 안 대고 방치했다는 게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솔직히 나는 리밸런싱이라는 단어를 알면서도 한 번도 제대로 안 했다. 오르는 종목은 그냥 놔뒀고, 내리는 건 "언젠간 오르겠지" 하고 버텼다. 그 결과가 어땠는지, 부끄럽지만 한번 풀어보려고 한다.
비중이 한쪽으로 쏠렸는데 그냥 뒀다
처음 시작할 때는 나름 계획이 있었다. 국내 주식 40, 미국 ETF 40, 예적금 20. 이 정도면 균형 잡혔다고 생각했다. 2022년 초에 대략 3000만원으로 시작했으니 계산도 깔끔했다. 국내 1200, 미국 1200, 현금성 600.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미국 ETF가 잘 올랐다. 반도체 쪽 비중이 컸는데 몇 년간 계속 오르니까 어느 순간 이 부분만 2000만원을 넘겼다. 반대로 국내 주식은 지지부진했고, 예적금은 이자만 붙었다. 전체 자산에서 미국 주식 비중이 40%였던 게 어느새 55%를 넘어갔다.
그때 리밸런싱을 했어야 했다. 오른 걸 좀 팔아서 안 오른 쪽으로 옮기는 게 리밸런싱의 기본이니까. 근데 나는 못 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잘 오르는 걸 왜 팔아? 계속 오를 것 같은데. 그리고 팔면 양도세랑 수수료도 나가잖아. 이 두 가지 핑계로 계속 미뤘다.
계좌를 보고 한숨이 나온 날
그러다 조정이 왔다. 이번 7월 초처럼 시장이 며칠 연속 밀리는 구간이 몇 번 있었는데, 비중이 한쪽으로 쏠려 있으니 계좌가 출렁이는 폭도 컸다. 55% 넘게 실린 자산이 한 번에 15% 빠지니까, 전체 계좌가 8% 넘게 증발하는 게 하루 만에 찍혔다.
숫자로 보면 이렇다. 미국 ETF가 2200만원까지 갔을 때, 만약 그때 목표 비중(40%)에 맞춰 400만원 정도만 덜어냈다면, 그 돈은 현금이나 국내 쪽에 들어가서 하락을 덜 맞았을 거다. 근데 안 팔았으니 그 2200만원이 고스란히 조정을 다 맞았다. 대략 계산해보면, 리밸런싱만 했어도 그 조정 구간에서 100만원 이상은 덜 잃었을 거라는 결론이 나왔다.
더 뼈아픈 건 심리였다. 비중이 쏠려 있으니 하락할 때 견디기가 너무 힘들었다. "여기서 더 빠지면 어쩌지" 하는 불안에 결국 바닥 근처에서 일부를 팔았다. 리밸런싱은 원래 오를 때 조금씩 파는 건데, 나는 정반대로 무서울 때 왕창 팔아버린 거다. 그게 진짜 최악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이렇게 한다
이 경험 이후로 규칙을 하나 만들었다. 복잡한 건 못 지키니까 딱 두 가지만.
첫째, 6개월에 한 번, 날짜를 정해놓고 비중만 확인한다. 1월 초랑 7월 초. 마침 지금이 그 시점이라 뉴스 보고 계좌를 열어봤다. 목표 비중에서 5%포인트 이상 벗어난 자산이 있으면 그때만 손을 댄다. 5% 안쪽이면 그냥 둔다. 너무 자주 건드리면 수수료랑 세금만 나가니까.
둘째, 웬만하면 새로 넣는 돈으로 맞춘다. 오른 걸 파는 게 아깝고 세금도 부담되면, 그냥 매달 넣는 적립금을 비중이 낮아진 쪽에 몰아주는 거다. 파는 것보다 이게 마음이 편하다. 국민연금처럼 규모가 크면 팔 수밖에 없겠지만, 개인은 신규 자금으로도 충분히 조절이 된다.
돌이켜보면 리밸런싱은 수익을 극대화하는 기술이 아니었다. 오히려 안 무너지게 잡아주는 안전벨트에 가깝다. 잘 오를 때는 답답하게 느껴진다. 왜 잘 나가는 걸 파냐고. 근데 시장이 꺾일 때 그 답답한 규칙이 나를 지켜준다는 걸, 나는 한참 물려보고 나서야 알았다.
다들 비중 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하다. 나처럼 미루다 당한 분들 꽤 있을 것 같은데.
※ 이 글은 개인적인 정보 공유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