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148조 팔았는데 코스피는 사상 최고,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주식 뉴스를 보다 보면 매일 나오는 말이 있다. "오늘 외국인 순매도 얼마, 개인 순매수 얼마." 처음엔 그냥 흘려들었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 숫자를 보고 좀 놀랐다.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반기 기준 사상 최대인 148조원어치를 팔아치웠는데, 코스피는 오히려 100% 넘게 올라서 사상 처음 8,000선을 뚫었다. 파는 쪽이 이렇게 많은데 지수는 어떻게 올랐을까? 오늘은 이 '수급'이라는 걸 좀 뜯어보려고 한다. 계산도 몇 개 해보자.
순매수, 순매도가 정확히 무슨 뜻인가
먼저 용어부터. 시장에서 거래는 항상 산 사람과 판 사람이 1:1로 맞아떨어진다. 내가 삼성전자 1주를 팔면 누군가는 그 1주를 산 거다. 그래서 "전체 거래량"만 보면 사는 쪽과 파는 쪽이 늘 같다. 여기까진 당연하다.
그럼 '순매수'는 뭘까. 투자 주체를 셋으로 나눈다. 외국인, 기관, 개인. 각 주체별로 하루 동안 산 금액에서 판 금액을 뺀 게 순매수(음수면 순매도)다.
여기서 핵심. 세 주체의 순매수를 다 더하면 반드시 0이 된다. 누군가 순매수한 만큼 다른 누군가는 순매도했다는 뜻이다. 올해 상반기 숫자를 보자.
| 주체 | 상반기 순매수 (코스피) |
|---|---|
| 외국인 | -148.3조원 (순매도) |
| 개인 | +99.2조원 (순매수) |
| 기관 | +35.1조원 (순매수) |
개인 99.2조와 기관 35.1조를 더하면 134.3조. 외국인 순매도 148.3조와는 딱 안 맞는데, 여기엔 기타법인 같은 나머지 주체가 끼어 있어서다. 어쨌든 큰 그림은 이렇다. 외국인이 던진 물량을 개인과 기관이 받아냈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규모로.
파는 사람이 많은데 왜 값이 오르나
이게 처음엔 직관에 안 맞는다. 파는 물량이 많으면 값이 떨어져야 하는 거 아닌가?
근데 아까 말했듯 거래는 항상 1:1이다. 외국인이 148조를 팔았다는 건, 개인과 기관이 그 148조를 사줬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격을 결정하는 건 "총량"이 아니라 "누가 더 급하냐"다. 파는 쪽이 '지금 당장 던져야겠다'고 호가를 낮추면 값이 내리고, 사는 쪽이 '더 비싸도 사겠다'고 호가를 올리면 값이 오른다.
올 상반기엔 개인의 매수세가 그만큼 공격적이었다는 얘기다. 외국인이 내놓는 물량을, 개인이 오히려 호가를 올려가며 받아냈다. 그러니 값이 올랐다. 수급이라는 건 결국 '누가 더 사고 싶어 안달인가'의 힘겨루기다.
한 가지 더. 코스피는 상위 4개 종목 비중이 49.5%나 된다. 지수 절반이 대형주 몇 개에 달렸다는 뜻이다. 그래서 외국인이 전체적으로 팔더라도, 반도체 대형주 같은 특정 종목을 집중해서 사면 지수는 위로 튄다. 실제로 7월 중순 반등장에선 미국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외국인이 하루 2조원 넘게 순매수로 돌아섰고, 반도체주가 지수를 끌어올렸다. 반대로 7월 초엔 외국인이 하루 4조원 넘게 던지면서 매도 사이드카가 걸리고 대형주가 급락하기도 했다. 같은 달 안에서도 이렇게 오르내린다.
그럼 개인이 이긴 걸까
여기서 조심할 부분. "외국인이 팔고 개인이 사서 지수가 올랐으니 개인이 옳았다"고 결론 내리기 쉽다. 근데 그렇게 단순하진 않다.
간단히 계산해보자. 어떤 사람이 지수가 4,000일 때 1,000만원을 넣었다고 하자. 지수가 8,000까지 올랐으면 평가액은 2,000만원. 서류상 100% 수익이다. 근데 이건 안 팔았을 때 얘기다. 오르는 동안 계속 추가로 사서 평균 매입 지수가 6,500쯤 됐다면? 8,000에서의 실제 수익률은 100%가 아니라 23% 정도로 확 줄어든다. 늦게, 비싸게 산 물량이 많을수록 체감 수익은 낮아진다.
외국인이 판 이유도 여러 갈래로 해석된다. 차익 실현일 수도 있고, 환율 부담이나 글로벌 포트폴리오 조정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외국인이 팔았으니 나쁜 신호다" 혹은 "개인이 샀으니 좋은 신호다" 같은 단정이 위험하다는 거다. 수급은 방향을 보여주는 참고 지표지, 미래를 맞히는 점괘가 아니다.
솔직히 나도 예전엔 "외국인 순매수 뜨면 따라 사고, 순매도 뜨면 판다"는 식으로 접근한 적이 있다. 결과는 별로였다. 뉴스에 순매수가 찍힐 때쯤이면 이미 값은 오른 뒤였고, 나는 늘 한 박자 늦게 따라붙었다. 수급 데이터는 하루 지나고 나서야 정확히 집계되니까.
그래서 수급을 어떻게 봐야 하나
나는 요즘 수급을 이렇게 본다. 하루치 순매수·순매도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대신 몇 주, 몇 달 단위의 큰 흐름만 참고한다. 외국인이 꾸준히 순매도하는 국면인지, 개인이 계속 받아내는 국면인지 정도만 본다. 방향의 '온도' 정도로.
그리고 수급은 어디까지나 여러 판단 재료 중 하나다. 실적, 금리, 환율, 업황 같은 것들과 같이 봐야 그림이 맞춰진다. 수급 하나만 보고 사고파는 건, 축구 경기에서 볼 점유율만 보고 승부를 예측하는 것과 비슷하다. 점유율 높다고 꼭 이기는 건 아니니까.
지금처럼 지수가 사상 최고 부근에 있을 때는 특히 조심스럽다. 올라온 만큼 변동성도 커진다. 7월만 봐도 하루에 6% 넘게 오르기도 하고, 사이드카가 걸릴 만큼 급락하기도 했다. 이런 장에서 남의 수급을 좇아 단타로 대응하는 건 나한테는 안 맞더라. 각자 원칙에 맞게 판단할 문제다.
※ 이 글은 개인적인 정보 공유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