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리가 진짜 마법일까, 숫자로 끝까지 따져봤다

복리는 세계 8대 불가사의라는 말, 다들 한 번쯤 들어봤을 거다. 아인슈타인이 했다는 설도 있는데 사실 근거는 없다. 근데 이 말이 워낙 유명해서 그런지, 복리를 무슨 마법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통장에 넣어두기만 하면 돈이 알아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식이다.
정말 그럴까? 지난 1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75%로 올렸다. 2023년 1월 이후 첫 인상이다. 이 여파로 시중은행 1년 정기예금 최고금리가 대략 연 2.85~3.1% 수준까지 올라왔다. 그럼 이 금리로 복리를 굴리면 실제로 얼마가 될까. 그리고 그게 정말 "마법"이라고 부를 만한 수준일까. 오늘은 계산기를 끝까지 두드려보려고 한다.
단리와 복리, 실제 차이는 얼마나 날까
먼저 기본부터. 단리는 원금에만 이자가 붙는다. 복리는 이자에 다시 이자가 붙는다. 이 한 문장 차이가 시간이 갈수록 벌어진다.
원금 1000만원, 연 3%로 굴린다고 해보자. 세금은 일단 무시하고 순수하게 원리금만 비교한다.
| 기간 | 단리 (원금+이자) | 복리 (원리금) | 차이 |
|---|---|---|---|
| 10년 | 1,300만원 | 약 1,344만원 | 44만원 |
| 20년 | 1,600만원 | 약 1,806만원 | 206만원 |
| 30년 | 1,900만원 | 약 2,427만원 | 527만원 |
계산은 이렇게 나온다. 단리 10년은 1000만원 × 3% × 10년 = 이자 300만원. 복리 10년은 1000만원 × 1.03의 10제곱 = 약 1344만원.
여기서 좀 냉정하게 봐야 할 부분이 있다. 10년을 굴려도 단리와 복리 차이가 44만원밖에 안 난다. 원금 1000만원을 10년 묶어둔 것 치고는 생각보다 안 크다. 복리가 위력을 발휘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붙는다. 시간이 길거나, 금리가 높거나. 3%짜리로 10년 굴려서는 "마법"이라는 표현이 좀 민망하다.
금리가 높아지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같은 30년인데 금리만 바꿔보자. 원금 1000만원 복리 기준이다.
| 연 수익률 | 30년 후 원리금 | 원금 대비 |
|---|---|---|
| 3% | 약 2,427만원 | 2.4배 |
| 5% | 약 4,322만원 | 4.3배 |
| 7% | 약 7,612만원 | 7.6배 |
3%에서 7%로 금리가 2배가 조금 넘게 올랐을 뿐인데, 30년 후 결과는 2.4배에서 7.6배로 3배 넘게 벌어진다. 이게 복리의 진짜 성질이다. 수익률이 선형으로 커지면 결과는 기하급수로 커진다.
여기서 유명한 72법칙이 나온다. 72를 연 수익률로 나누면 원금이 2배 되는 데 걸리는 햇수가 대략 나온다. 3%면 72÷3=24년, 7%면 72÷7≈10.3년. 그러니까 3%짜리는 원금이 두 배 되는 데 24년이 걸리고, 7%짜리는 10년이면 두 배가 된다. 이 차이가 30년쯤 쌓이면 위의 표처럼 벌어지는 거다.
그런데 여기서 착각하면 안 되는 게 있다. 연 7%를 30년 내내 꾸준히 낼 수 있는 안전한 상품은 없다. 예금은 지금 3% 안팎이고, 7%대는 주식이나 위험자산 쪽에서나 장기 평균으로 기대해볼 수 있는 숫자다. 그리고 그건 원금 손실 가능성을 감수한다는 뜻이다. "복리로 7% 30년"이라는 계산은 산수로는 맞지만, 현실에서 그 수익률을 담보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세금과 물가를 빼면 남는 게 확 준다
복리 계산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빼먹는 게 두 가지다. 세금과 물가.
먼저 세금. 예금·적금 이자에는 이자소득세 15.4%(소득세 14% + 지방세 1.4%)가 붙는다. 연 3% 예금이라고 광고해도 세후로는 실질 2.54% 정도다. 이걸 30년 복리로 다시 돌리면 원리금이 2427만원이 아니라 대략 2120만원 수준으로 내려간다. 300만원 넘게 증발하는 셈이다.
그다음이 진짜 문제인 물가다.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게 실질금리다. 예금 금리가 3%인데 물가가 2.5% 오르면, 내 돈의 실제 구매력은 1년에 0.5%밖에 안 늘어난 거다. 여기에 세금까지 빼면 실질 수익은 마이너스로 가기도 한다. 이번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린 이유도 물가 압력이 예상보다 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금리가 올라 예금 이자가 좋아 보여도, 물가가 같이 뛰면 실속은 별로 없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리하면 복리 계산할 때는 명목금리 말고 "세후 실질금리"로 봐야 한다. 연 3% 예금의 세후 실질 수익은 냉정하게 보면 연 0~1% 수준일 때가 많다. 통장 숫자는 늘어나는데 살 수 있는 물건은 별로 안 늘어나는 상태, 이게 저금리 예금의 함정이다.
그래서 복리를 어떻게 봐야 하나
계산을 끝까지 해보니 결론은 좀 밋밋하다. 복리는 마법이 아니다. 시간과 수익률이라는 연료가 있어야 돌아가는 엔진에 가깝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시작이 빠를수록 유리하다는 것. 30년 표에서 봤듯이 복리는 뒤로 갈수록 급격히 커진다. 20대에 시작한 사람과 40대에 시작한 사람은 같은 금리, 같은 금액이어도 은퇴 시점에 자산 규모가 완전히 달라진다. 앞의 20년보다 뒤의 10년에서 불어나는 금액이 더 큰 게 복리의 성질이니까. 그래서 "얼마를 넣느냐"보다 "언제 시작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나라면 이렇게 정리하겠다. 예금 복리에 큰 환상을 갖진 않되, 세금 덜 떼는 계좌(ISA, 연금저축 같은)를 활용해 세후 실질금리를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고, 시간이라는 무기를 최대한 길게 쓰는 것. 3%짜리도 세금 안 떼고 30년 굴리면 이야기가 꽤 달라진다. 결국 복리는 마법을 믿는 게 아니라, 오래 버티는 사람에게 주는 보상에 가깝다.
다음엔 세금 아끼는 계좌들이 복리에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숫자로 따져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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