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사놨더니 환율이 2주 만에 60원 빠졌다 — 환테크 삽질기
작년 말이었다. 환율이 1,500원을 넘어가는 걸 보면서 조바심이 났다. 뉴스마다 "고환율 장기화", "1,600원 간다" 소리가 나오던 때였다. 그때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지금이라도 달러 좀 사둘까? 어차피 나중에 해외여행도 가고, 애들 유학 자금도 필요할 텐데."
솔직히 투자라기보단 불안 때문이었다. 원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는데 원화만 들고 있는 게 손해 보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질렀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판단은 틀렸다.
1,570원에 산 달러, 지금은 1,490원대
내가 달러를 산 평균 환율이 대략 1,570원이었다. 원화로 2,000만원을 환전했으니 손에 쥔 건 약 12,700달러. 그때는 "이 정도면 쌀 때 잘 샀지"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런데 이번 달 들어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 지난주 KB 등 시장 자료를 보니 원·달러 환율이 7월 초 1,550원대에서 출발했다가 불과 2주 만에 1,490원대까지, 60원 가까이 빠졌다. 미국 물가 상승 부담이 예상보다 빨리 완화됐고, 중동 지역 긴장도 누그러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줄었다는 분석이다.
계산을 한번 해보자. 내가 가진 12,700달러를 지금 환율(약 1,490원)로 되돌리면 대략 1,892만원. 원금 2,000만원에서 100만원 넘게 증발한 셈이다. 아직 환전을 안 했으니 평가손이긴 한데, 계좌를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뭘 잘못한 걸까
돌이켜보면 문제는 두 가지였다.
첫째, 고점에서 몰빵했다. 환율이 이미 역대급으로 높을 때, "더 오를 것 같아서" 한 번에 다 사버렸다. 쌀 때 사야 하는데 비쌀 때 산 거다. 자산이 뭐든 이건 똑같다. 남들이 다 "오른다"고 할 때가 대개 꼭지 근처더라.
둘째, 목적이 애매했다. 여행 자금이면 실제로 여행 갈 때 조금씩 환전하면 됐고, 투자 목적이면 환율 방향에 베팅하는 건데 나는 그럴 실력도 없었다. 그냥 불안해서 산 돈은 결국 어중간하게 물린다.
참고로 MUFG 같은 곳은 원·달러 환율이 2026년 말 1,500원, 2027년 중반엔 1,460원 수준까지 완만하게 내려갈 거라고 본다. 물론 전망은 전망일 뿐이다. 환율은 워낙 변수가 많아서 누구도 장담 못 한다. 당장 다음 달 미국 지표 하나에 방향이 또 바뀔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하기로 했나
일단 안 판다. 손절하듯 지금 다 환전해버리면 손실이 확정된다. 대신 실제로 달러 쓸 일(여행, 해외 결제)이 생길 때 이 달러부터 쓰기로 했다. 그러면 최소한 환전 수수료라도 한 번 아끼는 셈이니까.
그리고 배운 것 하나. 환테크든 뭐든 "한 방에" 하려는 순간 대부분 물린다. 정말 달러를 모으고 싶었다면 매달 조금씩, 환율이 높든 낮든 기계적으로 나눠 샀어야 했다. 그랬으면 평균 단가가 지금쯤 1,520원쯤 됐을 거고, 마음도 훨씬 편했을 거다.
돈 잃은 이야기라 쓰기 부끄럽지만, 이런 삽질기가 누군가한텐 "아 저러면 안 되는구나" 싶은 반면교사가 되길 바란다. 다들 환테크 어떻게 하시는지, 성공담이든 실패담이든 댓글로 나눠주시면 좋겠다.
※ 이 글은 개인적인 정보 공유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