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는 올랐는데 왜 대출이자만 오를까 — 예대금리차의 구조
지난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렸다. 7월 16일 금통위에서 2.50%였던 기준금리를 2.75%로 0.25%p 인상했는데, 금리를 올린 건 2023년 1월 이후 처음이다. 게다가 금통위원 7명 전원 찬성, 만장일치였다. 이견이 거의 없었다는 뜻이라 시장에선 "당분간 긴축이 이어지겠구나" 하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보통 이런 기대를 한다. 대출이자도 오르겠지만, 내 예금이자도 그만큼 오르겠지. 근데 실제로 통장을 들여다보면 좀 이상하다. 대출이자는 다음 달부터 착실히 오르는데, 예금금리는 생각보다 찔끔 오른다. 왜 그럴까? 오늘은 이 "예대금리차"라는 걸 좀 파보려고 한다.
예대금리차가 대체 뭔데
말 그대로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다. 은행은 우리한테 예금을 받아서(수신) 그 돈을 다른 사람한테 빌려준다(여신). 예금자한테 주는 이자가 은행 입장에선 비용이고, 대출자한테 받는 이자가 수익이다. 이 둘의 차이가 은행이 먹는 마진이다.
숫자로 보자. 지난 5월 기준 5대 은행의 가계 예대금리차는 평균 1.39%p였다. 2025년 말엔 1.27%p였으니까 5개월 만에 0.12%p 벌어진 거다. 은행별로도 차이가 있는데, 신한은행이 1.60%p로 가장 컸다.
1.39%p가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게 은행 전체 대출 잔액에 곱해지는 숫자라는 걸 생각하면 규모가 확 다르다. 가계대출만 1000조 원이 넘는데, 여기에 1%p만 붙어도 연간 10조 원이다. 예대금리차가 은행 실적의 핵심인 이유다.
왜 대출은 빨리 오르고 예금은 천천히 오를까
기준금리가 오르면 이론상 예금·대출 금리가 같이 올라야 할 것 같은데, 현실은 비대칭이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연동되는 구조가 많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은 대개 코픽스(COFIX)나 금융채 금리를 기준으로 삼는데, 기준금리가 오르면 이 지표들이 비교적 빠르게 따라 오른다. 그래서 다음 금리 변경 주기(보통 6개월)가 되면 자동으로 반영된다.
둘째, 예금금리는 은행이 "알아서" 정하는 성격이 강하다. 법으로 "기준금리 오르면 예금금리도 올려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은행 입장에선 예금금리를 올리면 곧바로 비용이 늘어난다. 그러니 굳이 서두를 이유가 없다. 특히 요즘처럼 대출 총량 규제로 은행이 대출을 마음껏 못 늘리는 상황에선, 돈(예금)을 더 끌어올 유인도 크지 않다. 실제로 이번에도 은행들은 대출 문턱은 높이면서 수신 금리 인상엔 소극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셋째, 하반기 전망도 이 흐름을 밀어준다. 금융권에선 은행들이 대출 공급을 통제하려고 대출금리를 높게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예금금리가 더 오를 여지는 열려 있지만, 대출금리가 오르는 속도를 따라잡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리하면, 대출은 "구조적으로" 빨리 오르고 예금은 "재량껏" 천천히 오른다. 그 시차와 격차가 예대금리차로 나타나는 거다.
그래서 내 통장엔 얼마나 영향이 있을까
추상적으로 얘기하면 와닿지 않으니 숫자로 계산해보자.
대출부터. 변동금리 주담대 3억 원을 갖고 있다고 하자. 기준금리 0.25%p 인상이 대출금리에 그대로 반영된다고 보면, 연이자가 3억 × 0.25% = 75만 원 늘어난다. 월로 나누면 6만 2500원. 커피 몇 잔 값 같지만, 이게 매달 나가는 고정비가 되는 거다. 만약 하반기에 한 번 더 올라서 0.5%p가 반영되면 연 150만 원, 월 12만 5000원이다.
이번엔 예금. 정기예금 3000만 원을 넣어뒀다고 하자. 은행이 예금금리를 0.25%p 다 올려준다면 연이자가 3000만 × 0.25% = 7만 5000원 늘어난다. 근데 여기서 이자소득세 15.4%를 떼면 실제로 손에 쥐는 건 약 6만 3000원. 게다가 은행이 0.25%p를 다 안 올려주고 0.1%p만 올린다면? 세전 3만 원, 세후 2만 5000원 수준으로 쪼그라든다.
같은 0.25%p 인상인데, 대출자는 연 75만 원을 더 내고 예금자는 (다 반영돼도) 세후 6만 원 남짓 더 받는다. 물론 원금 규모가 다르니 단순 비교는 무리지만, 방향성은 분명하다. 금리 인상기의 부담은 대출자에게 먼저, 세게 온다.
그럼 뭘 해야 하나
정답은 없다. 다만 몇 가지 관점은 정리할 수 있겠다.
대출이 있다면, 지금 내 대출이 변동금리인지 고정금리인지, 다음 금리 변경 시점이 언제인지부터 확인하는 게 먼저다. 코픽스 연동이라면 다음 주기에 오른 금리가 반영된다. 갈아타기(대환)를 고민 중이라면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의 현재 차이, 중도상환수수료까지 같이 따져봐야 한다. 이건 각자 잔여 만기와 금리차에 따라 답이 갈린다.
예금 쪽이라면, 은행이 예금금리를 천천히 올린다는 걸 역이용할 수도 있다. 지금 당장 긴 만기로 묶기보다, 예금금리가 더 오를 여지를 보면서 만기를 짧게 굴리거나 파킹통장에 잠깐 두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이것도 "금리가 더 오른다"는 전제가 맞아야 이득이라, 확신할 수 없는 영역이다.
결국 핵심은, 기준금리 인상이 대출자와 예금자에게 똑같이 오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은행은 이 비대칭에서 마진을 남긴다. 소비자 입장에선 내 포지션(대출자냐 예금자냐)에 따라 대응이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나는 대출과 예금이 둘 다 있어서, 이번 인상 발표 후에 대출 변경 시점부터 캘린더에 표시해뒀다.
다음엔 코픽스가 실제로 어떻게 산출되는지, 왜 신규취급액 코픽스와 잔액 코픽스가 다른지도 한번 정리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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