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식 vs 거치식, 목돈이 있다면 뭐가 이득일까
요 며칠 증시 보다가 이 글을 써야겠다 싶었다. 지난주 코스피가 6,800선까지 밀리더니, 이번 달 20일엔 하루에 4% 넘게 빠지면서 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했다. 7월 초만 해도 8,000선이었는데 3주 만에 6,500선으로 내려앉은 거다. 계좌 열어본 사람들 표정이 다 비슷했을 거다.
이런 장에서 꼭 나오는 질문이 있다. "지금 목돈 1000만원 있는데, 한 번에 넣을까 아니면 나눠서 넣을까?" 사실 이건 시장이 오를 때도 나오고 빠질 때도 나오는 영원한 떡밥이다. 근데 답이 상황마다 다르다. 오늘은 이 두 방식을 실제 숫자로 한번 비교해보자.
거치식: 목돈을 한 번에 넣는 방식
거치식은 말 그대로 가진 돈을 한 번에 투자하는 거다. 1200만원 있으면 오늘 1200만원어치 다 사는 것.
장점은 명확하다. 시장이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고 믿는다면, 돈을 최대한 오래 시장에 넣어두는 게 유리하다. 실제로 해외 여러 연구에서 "대부분의 기간 동안 거치식이 적립식보다 수익률이 높았다"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나온다. 시장은 오르는 날이 내리는 날보다 조금 더 많으니까, 빨리 넣을수록 그 상승을 더 오래 누린다는 논리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하필 오늘 같은 날, 그러니까 3주 만에 20% 가까이 빠지기 직전에 목돈을 다 넣었다고 생각해보자. 1200만원이 며칠 만에 960만원이 된다. 숫자로는 240만원이 사라진 거고, 심리적으로는 그보다 훨씬 크게 느껴진다. 이걸 버틸 수 있느냐가 거치식의 진짜 관건이다.
적립식: 나눠서 담는 방식
적립식은 목돈을 쪼개서 일정 간격으로 나눠 넣는 거다. 1200만원을 12개월로 나눠 매달 100만원씩. 이걸 '분할매수'나 '코스트 애버리징'이라고도 부른다.
핵심은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는 효과다. 가격이 쌀 때는 같은 100만원으로 더 많이 사고, 비쌀 때는 적게 산다. 자동으로 "쌀 때 많이, 비쌀 때 적게"가 굴러가는 셈이다. 지금처럼 출렁이는 장에서는 이게 은근히 위력이 있다.
단점도 있다. 시장이 계속 오르기만 하면 적립식은 손해다. 넣지 않은 돈이 현금으로 놀고 있는 동안 상승을 놓치니까. 그리고 12개월 뒤에도 여전히 남은 현금이 있다면, 그 돈은 그 기간 내내 제대로 일을 못 한 거다.
그래서 뭐가 이득이냐
간단한 예시로 보자. 1200만원을 특정 지수 ETF에 넣는다고 가정한다. 아래 숫자는 이해를 돕기 위한 가정일 뿐, 실제 수익률이 아니다.
시나리오 1 — 넣자마자 시장이 20% 빠졌다가 1년 뒤 원래 자리로 회복한 경우:
| 구분 | 거치식 | 적립식(12개월 분할) |
| 최저점 평가액 | 약 960만원 | 상대적으로 덜 빠짐 |
| 1년 뒤 결과 | 원금 회복(±0) | 저점에서 더 많이 담아 플러스 |
이 경우엔 적립식이 이긴다. 하락장에서 싸게 담은 물량이 회복할 때 수익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2 — 넣자마자 시장이 꾸준히 올라 1년 뒤 20% 상승한 경우:
| 구분 | 거치식 | 적립식(12개월 분할) |
| 1년 뒤 결과 | 약 1440만원 | 약 1320만원 안팎 |
이 경우엔 거치식이 이긴다. 처음부터 다 넣어둔 돈이 상승분을 온전히 받았으니까.
결국 정답은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될지"에 달려 있는데, 그걸 아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나는 이 문제를 수익률이 아니라 심리로 접근하는 편이다. 목돈을 한 번에 넣고 다음 날 20% 빠졌을 때 밤에 잠이 안 온다면, 통계적으로 거치식이 유리하든 말든 나한텐 적립식이 맞는 거다. 반대로 그 정도 변동은 신경 안 쓰고 오래 묻어둘 수 있는 사람이라면 거치식이 합리적이다.
나라면 지금처럼 이미 크게 빠진 국면에서는, 목돈의 절반 정도를 먼저 넣고 나머지를 몇 달에 걸쳐 나눠 담는 식으로 절충한다. 완전히 몰빵하지도, 너무 질질 끌지도 않는 중간. 물론 이것도 정답은 아니고, 그냥 내 성격에 맞는 방식일 뿐이다.
다들 목돈 생기면 어떻게 넣으시는지 궁금하다. 한 번에 지르는 편인지, 나눠 담는 편인지 댓글로 알려주시면 재밌을 것 같다.
※ 이 글은 개인적인 정보 공유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