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오르면 왜 채권값이 떨어질까, 끝까지 계산해봤다

지난 7월 1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올렸다. 3년 6개월 만의 인상이고, 금통위원 7명 전원 만장일치였다. 뉴스에는 "금리 오르면 대출이자 부담 커진다"는 얘기가 대부분이었는데, 사실 조용히 손실을 본 사람들이 또 있다. 채권을 들고 있던 사람들이다.
"금리 오르면 채권값 떨어진다"는 말, 다들 한 번쯤 들어봤을 거다. 근데 왜 그런지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 나도 예전엔 그냥 외웠다. 오늘은 이걸 숫자로 끝까지 파보려고 한다. 계산기 두드릴 준비만 하면 된다.
채권은 결국 '정해진 현금을 주는 종이'다
채권의 핵심은 하나다. 발행할 때 이자와 만기가 딱 정해진다는 것. 예를 들어 액면가 100만원, 표면금리 3%, 만기 3년짜리 채권을 샀다고 하자. 그럼 나는 앞으로 이런 현금을 받는다.
- 1년 뒤: 이자 3만원
- 2년 뒤: 이자 3만원
- 3년 뒤: 이자 3만원 + 원금 100만원
이 현금 흐름은 내가 뭘 하든 안 바뀐다. 발행 조건이니까. 문제는 이 종이의 '지금 가격'이다. 시장에서 채권을 사고팔 때 가격은 시중 금리에 따라 계속 움직인다.
왜냐면 채권의 진짜 가치는 "앞으로 받을 현금을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냐"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이걸 현재가치(할인)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환산에 쓰는 할인율이 바로 시중 금리다.
금리가 오르면 벌어지는 일, 직접 계산
방금 그 채권을 다시 보자. 시중 금리가 3%일 때 이 채권의 가치를 계산하면 이렇다. 각 현금을 (1+금리)의 연수 제곱으로 나눠준다.
- 1년 뒤 3만원 → 3 ÷ 1.03 = 2.91만원
- 2년 뒤 3만원 → 3 ÷ 1.03² = 2.83만원
- 3년 뒤 103만원 → 103 ÷ 1.03³ = 94.26만원
다 더하면 딱 100만원이다. 표면금리랑 시중금리가 같으면 가격이 액면가 그대로 나온다. 여기까진 당연하다.
이제 이번처럼 금리가 오른다고 해보자. 시중 금리가 3%에서 4%로 올랐다. 표면금리 3%는 그대로다. 같은 현금 흐름을 4%로 다시 할인해보자.
- 1년 뒤 3만원 → 3 ÷ 1.04 = 2.88만원
- 2년 뒤 3만원 → 3 ÷ 1.04² = 2.77만원
- 3년 뒤 103만원 → 103 ÷ 1.04³ = 91.56만원
합치면 약 97.21만원. 100만원짜리가 97만원대로 떨어졌다. 2.8% 손실이다.
논리는 단순하다. 새로 나오는 채권은 4% 이자를 주는데, 내가 든 채권은 3%밖에 안 준다. 그럼 아무도 내 걸 100만원에 안 산다. 가격을 깎아줘야 팔린다. 딱 그만큼 값이 빠지는 거다. 반대로 금리가 내리면 내 3%짜리가 귀해져서 값이 오른다. 금리와 채권값이 시소처럼 움직이는 이유가 이거다.
만기가 길수록 더 아프다 — 듀레이션
여기서 한 발 더. 방금은 3년물로 계산했다. 만약 만기가 10년이었다면 어땠을까? 똑같이 금리가 3%에서 4%로 1%p 올랐을 때, 3년물은 약 2.8% 빠졌지만 10년물은 대략 8% 안팎으로 훨씬 크게 빠진다.
왜냐면 만기가 길수록 먼 미래의 현금을 더 센 할인율로, 더 여러 번 깎기 때문이다. 3년 뒤 103만원을 1.04³로 나누는 것과, 10년 뒤 원금을 1.04로 열 번 나누는 건 충격의 크기가 다르다.
이 민감도를 숫자로 나타낸 게 듀레이션이다. 대충 이렇게 이해하면 된다.
| 채권 만기 | 금리 1%p 상승 시 가격 변화(대략) |
|---|---|
| 1년물 | 약 -1% |
| 3년물 | 약 -2.8% |
| 10년물 | 약 -8% |
| 30년물 | 약 -18~20% |
듀레이션이 길수록 금리 변화에 크게 출렁인다. 그래서 금리 인상기엔 장기채가 더 위험하고, 금리 인하기엔 반대로 장기채가 더 크게 오른다. 지난 몇 년간 "미국 장기채 ETF 물렸다"는 얘기가 많았던 것도 이 원리다. 금리가 오르는데 듀레이션 긴 걸 들고 있었으니 손실이 컸던 거다.
그럼 지금 이 국면에선 뭘 봐야 하나
7월 초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758% 수준이었다. 이번에 기준금리가 2.75%로 오르면서, 스왑 시장은 연내 기준금리가 3.25%까지 더 오를 가능성도 반영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만장일치 인상이었다는 점도 "한 번 올리고 끝은 아닐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게 채권 투자자한테 뜻하는 건 두 갈래다.
하나. 금리가 더 오르면 기존 채권값은 더 빠질 수 있다. 특히 듀레이션 긴 장기채를 이미 들고 있다면 평가손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지금 새로 사는 채권은 예전보다 높은 이자(수익률)를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둘. 만기까지 들고 갈 거라면 중간의 가격 등락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 만기에 원금과 약속된 이자를 받으니까. 평가손은 어디까지나 '지금 팔면' 확정되는 손실이다. 채권 투자에서 "만기 보유"와 "중간 매매"를 구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정답은 없다. 금리가 어디까지 오를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채권값이 왜 움직이는지 원리를 알면, 뉴스에서 "국고채 금리 상단 열리나" 같은 헤드라인이 나올 때 그게 내 계좌에 어떤 의미인지 스스로 계산해볼 수 있다. 그거면 충분하다고 본다.
다음엔 채권 ETF와 개별 채권 직접 매수가 세금·유동성 면에서 어떻게 다른지도 숫자로 한번 정리해보려고 한다.
※ 이 글은 개인적인 정보 공유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