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는 사상 최고치인데 내 계좌만 텅 빈 이야기
작년 여름,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다는 뉴스를 매일 봤다. 올해 들어서도 지수는 계속 위로 갔다. 이번 달에도 코스피가 한때 7천선을 넘봤다는 기사가 떴다. 그런데 정작 내 계좌를 열어보면 파랗다. 시장은 축제인데 나만 초대받지 못한 기분.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서 지난 1년을 복기해봤다.
지수는 올랐는데 나는 왜 못 벌었나
솔직히 원인은 뻔했다. 나는 항상 늦었다.
지수가 조용할 땐 관심이 없었다. 뉴스에 "코스피 신고가", "외국인 사자 행진" 이런 제목이 도배될 때쯤 계좌를 열고 뭘 살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남들이 이미 재미를 본 다음에 뛰어든 셈이다. 반도체가 좋다길래 반도체를 샀고, 로봇이 뜬다길래 로봇주를 샀다. 문제는 내가 산 가격이 항상 그날의 고점 근처였다는 거다.
한번은 이런 적도 있다. 어떤 종목이 며칠째 오르는 걸 보다가, 더 못 참고 시장가로 질러버렸다. 체결된 순간이 그날 최고가였다. 그 뒤로 사흘 내리 빠졌다. 계좌를 보고 한숨이 나왔다. 근데 더 웃긴 건, 그렇게 물린 종목을 손절하고 나면 그때부터 반등하더라는 것.
사고팔기를 반복한 대가
계산을 한번 해봤다. 작년 한 해 동안 내가 사고판 횟수가 어림잡아 40번쯤 됐다. 한 번 거래할 때마다 증권사 수수료에 세금(코스피 종목은 매도 시 증권거래세가 붙는다)까지 붙는다. 개별 거래로 보면 몇천 원, 몇만 원이라 대수롭지 않게 느껴진다.
근데 이걸 다 합치면 얘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한 번 살 때 평균 300만원어치를 굴렸다고 치자. 매수·매도 왕복에 붙는 비용을 대충 0.2~0.3%로 잡으면, 한 사이클에 6천 원에서 9천 원이 빠져나간다. 이걸 40번 반복하면 대략 24만~36만원이 수수료와 세금으로 증발한 거다. 수익도 못 냈는데 비용만 야무지게 낸 셈이다.
여기에 더 큰 손실이 하나 있다. 눈에 안 보이는 손실. 내가 조급하게 팔았던 종목들이 그 뒤에 올랐다면, 그건 벌 수 있었던 돈을 스스로 버린 거다. 이건 명세서에 안 찍히니까 더 무섭다.
시장을 이기려 하지 말자는 결론
그래서 올해부터는 방식을 조금 바꿨다. 거창한 건 아니다.
첫째, 뉴스 제목에 반응해서 사지 않기로 했다. "신고가" 같은 단어가 보이면 오히려 한 박자 쉰다. 내가 그 뉴스를 봤다는 건 이미 대부분의 사람이 봤다는 뜻이니까.
둘째, 개별 종목으로 시장을 맞히는 걸 포기했다. 대신 지수를 통째로 담는 방식으로 일부를 옮겼다. 매달 정해진 날, 정해진 금액을 그냥 넣는다. 오르든 내리든 신경 안 쓰고 기계적으로. 이렇게 하니까 적어도 "고점에 몰빵"하는 실수는 줄었다.
셋째, 계좌를 자주 안 본다. 하루에 열 번씩 들여다보던 걸 이제는 며칠에 한 번 본다. 자주 볼수록 뭔가 하고 싶어지고, 그 "뭔가"가 대개 손해였다.
지수가 사상 최고치라는 게 내 수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걸 이제는 안다. 시장이 오르는 것과 내가 버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결국 나를 이긴 건 시장이 아니라 내 조급함이었다.
다음엔 적립식으로 지수를 담았을 때 실제 수익률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몇 달치 데이터를 모아서 계산해보려고 한다. 다들 이런 널뛰기 장에서 어떻게 버티시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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