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리, 진짜 얼마나 불어날까 — 숫자로 뜯어봤다

지난 7월 1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올렸다. 금통위원 7명 만장일치였다. 금리가 오르니 예금 상품 금리도 슬금슬금 따라 올라서, 요즘 저축은행 파킹통장은 조건 맞추면 연 3%대도 보인다. 시중은행 파킹통장도 케이뱅크가 1.7% 수준. 이런 흐름을 보다 보면 "복리로 굴리면 언젠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말이 자꾸 떠오른다.
근데 이게 진짜일까? 복리가 마법이라는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정작 내 통장에서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는 계산해본 적이 없더라. 그래서 한번 제대로 숫자로 뜯어봤다.
단리와 복리, 10년 지나면 얼마나 벌어지나
먼저 기본부터. 단리는 원금에만 이자가 붙고, 복리는 이자에 다시 이자가 붙는다. 말은 쉬운데 숫자로 보면 감이 온다.
1000만원을 연 3%에 넣는다고 치자. 세금은 일단 빼고 세전으로만 보자.
| 기간 | 단리 (원금에만) | 복리 (이자에 이자) | 차이 |
|---|---|---|---|
| 10년 | 1300만원 | 약 1344만원 | 약 44만원 |
| 20년 | 1600만원 | 약 1806만원 | 약 206만원 |
| 30년 | 1900만원 | 약 2427만원 | 약 527만원 |
10년까지는 차이가 44만원 정도라 솔직히 좀 시시하다. 근데 20년 넘어가면서 격차가 확 벌어진다. 30년이면 500만원 이상 차이다. 복리의 핵심은 여기 있다. 초반엔 티가 안 나다가 시간이 쌓일수록 곡선이 위로 휜다. 이자가 이자를 낳고, 그 이자가 또 이자를 낳는 구조라 뒤로 갈수록 가속이 붙는 거다.
72법칙 — 원금 2배 되는 데 몇 년?
복리를 직관적으로 감 잡는 데 '72법칙'만큼 편한 게 없다. 72를 금리로 나누면 원금이 2배 되는 대략적인 기간이 나온다.
- 연 3%면 72 ÷ 3 = 24년
- 연 4%면 72 ÷ 4 = 18년
- 연 6%면 72 ÷ 6 = 12년
지금 파킹통장 최고 수준인 3%로 굴리면 원금이 2배 되는 데 24년 걸린다는 얘기다. 생각보다 길다. 근데 금리가 3%에서 6%로 딱 두 배만 돼도 기간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금리 1~2%p 차이가 장기로 가면 얼마나 큰지 여기서 드러난다.
그래서 예적금 금리 0.5%p 더 주는 상품을 찾아 갈아타는 게 귀찮아 보여도, 20~30년 단위로 보면 무시 못 할 차이가 된다. 이번처럼 금리가 오르는 국면에선 만기 때 더 높은 금리로 재예치할 기회가 생기니까 조건을 한번씩 점검해볼 만하다.
매달 넣는 돈이 복리를 만나면
목돈이 없어도 괜찮다. 매달 조금씩 넣는 적립식도 복리가 붙는다. 오히려 사회초년생한테는 이쪽이 현실적이다.
월 30만원씩 연 4%(복리 가정)로 20년을 부었다고 해보자. 한번 계산해봤다.
- 원금: 30만원 × 240개월 = 7200만원
- 20년 뒤 예상 잔액: 약 1억 1000만원
- 이자만: 약 3800만원
원금 7200만원 넣었는데 이자가 3800만원 붙는다. 넣은 돈의 절반이 넘는 금액이 이자로 굴러온 셈이다. 물론 이건 20년 내내 4% 복리가 유지된다는 이상적인 가정이고, 실제로는 금리가 오르락내리락한다. 그래도 방향성은 분명하다. 오래 넣을수록, 그리고 일찍 시작할수록 유리하다.
여기서 진짜 무서운 건 '시간'이다. 같은 월 30만원, 같은 4%라도 시작을 10년 늦추면 결과는 반토막도 안 된다. 복리는 돈의 크기보다 시간의 힘으로 굴러가는 구조라서 그렇다.
세금이라는 복병 — 세후로 다시 보기
여기까지는 세전 얘기였다. 근데 이자에는 이자소득세가 붙는다. 15.4%(소득세 14% + 지방소득세 1.4%). 이걸 빼고 보면 그림이 조금 달라진다.
예를 들어 이자가 100만원 나왔다면 실제 손에 쥐는 건 84만6000원이다. 15만4000원이 세금으로 빠진다. 앞에서 본 복리 효과도 이 세금만큼은 깎인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절세 계좌가 중요하다. ISA나 연금저축, IRP 같은 계좌는 이자·배당에 붙는 세금을 미루거나 줄여준다. 세금을 덜 떼이면 그만큼 원금에 남아서 다시 복리로 굴러간다. 장기로 갈수록 '세금을 아낀 돈까지 복리로 불어나는' 효과가 생기는 거다. 같은 4% 상품이라도 일반 계좌에서 굴리는 것과 절세 계좌에서 굴리는 건 20년 뒤엔 꽤 벌어진다.
그래서 결론은
복리가 마법이라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과장이다. 10년 안쪽으로 보면 생각보다 밋밋하다. 진짜 위력은 20년, 30년 단위로 시간이 쌓였을 때 나온다. 결국 복리의 재료는 세 가지다. 금리, 시간, 그리고 세금 관리.
금리는 지금처럼 오르는 국면에서 조금이라도 높은 상품으로 갈아타면서 챙기고, 시간은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걸로 벌고, 세금은 절세 계좌로 아낀다.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게 아니라 이 세 개를 꾸준히 지키는 게 전부다.
나는 요즘 파킹통장 금리 오른 김에 비상금 통장부터 손보는 중이다. 다음엔 ISA 계좌에서 실제로 세금이 얼마나 절약되는지 세후 수익률로 직접 계산해보려고 한다.
다들 여윳돈은 어디에 어떻게 굴리고 계신지 궁금하다. 댓글로 알려주시면 참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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