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 PBR로 주가가 싼지 판단하는 법
주가가 싸다, 비싸다는 말을 참 많이 한다. 근데 뭘 기준으로 싸고 비싼 걸까. 5만원짜리 주식이 50만원짜리 주식보다 싼 건 아니다. 주가의 절대 숫자는 아무 의미가 없다. 회사가 버는 돈, 회사가 가진 자산에 비해 주가가 어느 위치에 있느냐를 봐야 한다. 그걸 재는 자가 PER과 PBR이다.
마침 요즘 이 이야기가 뜨겁다. 지난달 31일 코스피가 하루에 17%가 넘게 오르는 역대급 상승을 기록한 뒤, 이번 달 들어 조정이 왔다. 지난주 8월 3일 코스피는 338포인트(5.12%) 급락한 6,257선에서 마감했고, 4일에도 장중 6,223까지 밀렸다. 외국인이 하루에만 2조원 넘게 팔아치웠다. 그런데도 증권가에서는 "코스피는 아직 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 5월 KB증권 등은 코스피 선행 PER이 7~8배 수준으로 과거 고점(약 10배)에 비해 저평가라고 봤다. 이 "싸다"는 판단이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지, 계산을 직접 따라가 보자.
PER: 몇 년치 이익으로 원금을 회수하나
PER(주가수익비율)은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이다. 공식은 단순하다.
PER = 주가 ÷ 주당순이익(EPS)
예를 들어보자. 어떤 회사 주가가 6만원이고, 1주당 1년에 6천원을 번다고 하자. 그럼 PER은 10이다. 이걸 해석하면 이렇다. "이 회사를 지금 가격에 통째로 샀을 때, 회사가 버는 이익만으로 원금을 회수하는 데 10년이 걸린다." PER 10배는 10년, PER 20배는 20년이다. 그래서 PER이 낮을수록 이익 대비 주가가 싸다고 본다.
한번 두 회사를 비교해보자.
| 구분 | A기업 | B기업 |
|---|---|---|
| 주가 | 6만원 | 12만원 |
| 주당순이익(EPS) | 6천원 | 6천원 |
| PER | 10배 | 20배 |
| 원금 회수 기간 | 10년 | 20년 |
둘 다 1주당 똑같이 6천원을 버는데, B기업은 주가가 두 배다. 같은 이익을 사는데 두 배를 더 낸다는 뜻이다. 숫자만 보면 A가 싸다. 그럼 무조건 A를 사야 할까?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PER이 높다는 건 시장이 그 회사의 미래 이익이 더 커질 거라 기대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성장주가 PER이 높은 이유다. 지금 이익은 적어도 앞으로 이익이 몇 배로 뛸 거라 보면 사람들은 기꺼이 비싼 값을 낸다. 반대로 PER이 낮은 건 "쌀 만한 이유가 있어서" 싼 경우도 많다. 사양산업이거나, 이익이 앞으로 줄 거라 보거나. 그래서 PER은 같은 업종끼리 비교해야 의미가 있다. 반도체 회사끼리, 은행끼리 비교하는 거지, 성장이 빠른 IT 회사와 성숙한 유틸리티 회사의 PER을 나란히 놓고 "얘가 싸네" 하면 곤란하다.
여기서 하나 더. 위에서 증권가가 말한 "선행 PER"은 지난해 이익이 아니라 앞으로 12개월 예상 이익으로 계산한 PER이다. 코스피 선행 PER이 7~8배라는 건, 지수를 구성하는 기업들의 향후 1년 예상 이익 대비 주가가 그 정도라는 뜻. 과거 코스피가 고점을 찍을 때 이 값이 10배 근처였으니, 8배면 아직 2배 정도 여유가 있다고 본 거다. 물론 이건 예상 이익이 실제로 나와줘야 성립하는 이야기다. 예상이 빗나가면 저평가는 신기루가 된다.
PBR: 회사를 청산하면 얼마 받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주가를 주당순자산(BPS)으로 나눈 값이다.
PBR = 주가 ÷ 주당순자산(BPS)
순자산은 회사의 전체 자산에서 빚을 뺀 것, 즉 회사가 진짜 갖고 있는 몫이다. PBR 1배는 "지금 주가가 딱 회사의 장부상 순자산과 같다"는 뜻이다. PBR이 1보다 낮으면, 이론적으로는 회사를 지금 문 닫고 자산을 다 팔아 빚 갚고 나눠줘도 주가보다 많이 받는다는 얘기가 된다.
코스피 이야기로 돌아가면, 5월 기준 코스피 PBR은 약 1.4배 수준으로 거론됐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이 22%나 되는데 PBR은 1.4배밖에 안 된다는 게 "저평가" 논리의 핵심이었다. 왜 ROE와 PBR을 같이 보느냐, 이게 이 글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이다.
PER, PBR, ROE는 사실 한 몸이다
세 지표는 따로 노는 게 아니라 하나의 식으로 묶인다.
PBR = PER × ROE
말로 풀면 이렇다. 회사가 자기 돈(순자산)으로 이익을 많이 뽑아내면(ROE가 높으면), 시장은 그 회사의 순자산에 더 높은 값을 매긴다(PBR이 올라간다). 당연한 이야기다. 똑같이 100억원의 자본을 가진 두 회사가 있는데, 한 곳은 그걸로 매년 20억을 벌고(ROE 20%) 다른 곳은 5억을 번다면(ROE 5%), 앞 회사의 순자산이 훨씬 값어치 있다.
숫자로 확인해보자. ROE 22%인 회사가 정상적으로 평가받는 PBR이 얼마인지 대략 감을 잡으려면,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수익률(할인율)로 나눠보면 된다. 요구수익률을 10%로 잡으면 적정 PBR은 대략 22% ÷ 10% = 2.2배 근처가 나온다. 그런데 실제 코스피 PBR은 1.4배였다. 벌어들이는 능력에 비해 주가가 낮게 매겨져 있다는 뜻이고, 여기서 "글로벌 증시 대비 큰 폭의 할인 구간"이라는 표현이 나온 거다. 이게 흔히 말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다.
정리하면 이렇게 읽으면 된다.
| 지표 | 무엇을 보나 | 낮으면 |
|---|---|---|
| PER | 이익 대비 주가 | 이익에 비해 주가가 쌈 |
| PBR | 순자산 대비 주가 | 자산에 비해 주가가 쌈 |
| ROE | 자본으로 돈 버는 효율 | 낮으면 자본 활용 못함 |
주의할 점. ROE가 높은데 PBR이 낮으면 저평가일 가능성이 있지만, ROE 자체가 형편없는데 PBR만 낮은 건 저평가가 아니라 그냥 부실한 회사인 경우가 많다. "PBR 0.5배!"라는 문구만 보고 덤비면 안 되는 이유다. 돈을 못 버는 회사는 자산이 아무리 많아도 시장이 값을 안 쳐준다.
그래서 지금 코스피는 싼가
솔직히 나는 여기에 딱 잘라 답을 못 하겠다. 선행 PER 8배, PBR 1.4배, ROE 22%라는 숫자만 보면 분명 역사적으로도 글로벌 대비로도 싼 구간이다. 근데 지표가 싸다고 주가가 반드시 오르는 건 아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10년 넘게 이어져온 이야기이고, "싸다"는 이유만으로 사서 오래 물려본 사람도 많다. 지난주 이틀간의 급락만 봐도, 밸류에이션이 싸든 말든 외국인이 팔면 지수는 떨어진다.
밸류에이션 지표는 온도계지 나침반이 아니다. 지금 시장이 얼마나 뜨겁고 차가운지는 알려주지만, 다음에 어디로 갈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PER과 PBR을 아는 목적은 "이걸로 미래를 맞히자"가 아니라, 최소한 내가 사는 게 이익과 자산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건 아닌지 확인하는 안전장치를 두는 데 있다고 본다. 적어도 주가의 절대 숫자에 홀리는 실수는 안 하게 된다.
다음엔 이 선행 이익 추정치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왜 자주 빗나가는지, 그 이야기도 한번 계산해보려고 한다.
※ 이 글은 개인적인 정보 공유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