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세금

이자 많이 받아 좋다더니, 부모님이 건보료 고지서를 받았다

gfrog 2026. 8. 12. 00:14

금리가 오르면 다 좋은 줄 알았다. 예금 이자가 두둑해지니까. 실제로 이번 달 들어서도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4% 안팎까지 올라와 있고, 한국은행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올린 뒤 8월에도 추가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예금 가진 사람 입장에선 나쁠 게 없는 흐름이다.

그런데 우리 부모님은 지난달, 난생처음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고지서를 받았다. 매달 나가는 돈이 새로 생긴 거다. "이자 많이 받아서 좋다"고 했던 게 몇 달 전인데, 그 이자가 문제였다.

왜 갑자기 건보료가 붙었나

아버지는 은퇴하셨고, 그동안 직장 다니는 내 밑으로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올라가 있었다. 피부양자면 본인 건보료를 따로 안 낸다. 그런데 이 자격에는 소득 기준이 있다. 연간 종합소득 합계가 2,000만원을 넘으면 피부양자에서 빠지고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문제는 부모님 소득 구성이었다. 국민연금이 연 900만원 남짓.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퇴직하고 받은 목돈과 살던 집을 줄여 만든 현금을 예금에 넣어두셨는데,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소득이 확 늘었다. 예금 3억을 연 4% 예금에 넣으면 세전 이자만 1,200만원이다. 연금 900만원에 이자 1,200만원을 더하면 2,100만원. 2,000만원 선을 넘어버린다.

작년까지만 해도 예금 금리가 낮아서 같은 원금에 이자가 훨씬 적었다. 그땐 합산해도 2,000만원 밑이었다. 금리가 오른 딱 그 차이가 피부양자 자격을 갈랐다.

숫자로 보면 더 얄궂다

한번 계산해보자. 금리가 올라서 이자가 늘어난 건 분명 이득이다. 그런데 그 이득의 일부가 건보료로 빠져나간다.

항목 금액(연)
국민연금 약 900만원
예금 이자(3억 × 4%) 약 1,200만원
합산 소득 약 2,100만원
결과 피부양자 탈락 → 지역가입자

지역가입자가 되면 소득뿐 아니라 재산까지 반영해서 건보료가 매겨진다. 집이 있으면 재산 점수가 붙는다. 그래서 매달 나가는 금액이 생각보다 작지 않았다. 이자 늘어서 좋아했는데, 그중 일부를 매달 건보료로 도로 토해내는 구조가 된 셈이다.

솔직히 이게 좀 얄궂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소득자에게 유리해야 하는데, 은퇴한 부모 세대는 이자소득이 어느 선을 넘는 순간 건강보험료라는 새 고정지출을 떠안게 된다. 이득과 부담이 같은 원인에서 나온다.

미리 알았다면 이렇게 했을 텐데

지나고 나서 후회한 건, 이 기준을 몇 달만 일찍 알았어도 예금 만기 시점이나 명의를 조금 조정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우선 부부가 예금을 한쪽 명의로 몰아두면 그 사람 소득이 커진다. 부모님은 아버지 명의 예금이 컸는데, 어머니 명의로 일부 나눠뒀다면 한 사람당 소득을 낮출 여지가 있었다. 그리고 금융소득은 이자가 실제로 지급된 해에 잡히니까, 만기를 분산하면 특정 연도에 소득이 몰리는 걸 피할 수도 있다. 예금이 한 해에 몰려 만기 나면 그해 이자가 한꺼번에 잡혀 기준을 넘기기 쉽다.

물론 이건 상황마다 다르다. 세금이나 다른 조건까지 같이 봐야 해서 무조건 나눈다고 정답도 아니다. 다만 "이자 많이 받아서 좋다"에서 끝낼 게 아니라, 그 이자가 연 2,000만원 근처로 가면 건강보험 쪽도 한 번 점검해야 한다는 걸 이번에 배웠다. 참고로 재산이 일정 규모(과세표준 5억 4천만원 초과) 이상이면 소득 기준이 1,000만원으로 더 빡빡해진다. 정확한 판정은 국민건강보험공단(1577-1000)에 물어보는 게 확실하다.

금리가 오르는 국면은 예금 가진 사람에게 반가운 일이 맞다. 근데 그 이자가 통장에만 찍히는 게 아니라 소득으로 잡히고, 그 소득이 건강보험 자격까지 건드린다는 걸 이번에 부모님 고지서를 보고 나서야 실감했다. 다들 부모님 예금 상황은 어떤지, 한 번쯤 소득 합산액을 계산해보시길.

※ 이 글은 개인적인 정보 공유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