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적금을 중도해지하고 후회한 이야기
왜 깼나
이유는 흔하다. 급하게 목돈이 필요했다. 정확히는 300만원 정도. 카드값이 몰렸고, 예상 못 한 병원비가 겹쳤다. 마이너스 통장을 쓸 수도 있었는데, "이자 나가는 게 아까우니까 그냥 적금 깨자"고 생각했다. 이게 결정적 실수였다.
그때 나는 적금을 깨면 그동안 쌓인 원금에 붙는 이자를 조금 덜 받는 정도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근데 아니었다. 중도해지하면 계약할 때 약속한 5%가 아니라 '중도해지이율'이 적용된다. 내 적금은 중도해지이율이 연 1%도 안 됐다.
숫자로 보면 얼마나 손해였나
한번 계산해보자. 만약 만기까지 채웠다면 세전 이자가 이렇게 나온다.
| 구분 | 만기 유지 (연 5%) | 14개월차 중도해지 (연 1%) |
|---|---|---|
| 납입 원금 | 720만원 | 420만원 |
| 세전 이자 | 약 37만 5천원 | 약 2만 6천원 |
| 세후 이자(15.4% 과세) | 약 31만 7천원 | 약 2만 2천원 |
만기까지 갔으면 세후 31만원 넘게 받았을 이자가, 중도해지하니 2만원 남짓으로 쪼그라들었다. 적금 이자는 매달 쌓이는 게 아니라 만기 이율 기준으로 한 번에 계산되기 때문에, 중간에 깨면 그동안 쌓아온 '고금리'가 통째로 날아간다. 이게 정기예금보다 적금에서 더 뼈아프다.
게다가 나는 300만원만 필요했는데 720만원짜리 적금을 통째로 해지했다. 굳이 다 깰 필요도 없었던 거다. 계좌를 정리하고 나서 잔액을 보는데, 솔직히 한숨이 나왔다.
그때 뭘 했어야 했나
지금 와서 돌아보면 선택지가 몇 개 있었다.
첫째, 예적금담보대출이다. 내 적금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리는 건데, 보통 가입한 적금금리에 1.0~1.5%p 정도만 얹은 이율로 빌려준다. 5% 적금이면 6~6.5% 정도. 300만원을 두세 달 빌리는 거라면 이자가 몇만원 수준이다. 적금을 깨서 31만원을 날리는 것보다 훨씬 쌌다.
둘째, 마이너스 통장. 이자가 아까워서 피했지만, 300만원을 짧게 쓰는 거라면 이것도 적금 깨는 것보다 나았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나는 "당장 나가는 이자"만 보고 "안 받게 된 이자"는 못 봤다. 눈에 보이는 비용은 피했는데, 눈에 안 보이는 비용이 훨씬 컸다.
지금 금리 환경에선 더 조심
마침 지난달(7월 1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올렸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차를 두고 예적금 금리도 따라 오르는 경향이 있다. 다음 금통위는 8월 27일로 예정돼 있다.
금리가 오르는 국면이라고 무작정 기존 적금을 깨서 갈아타는 것도 위험하다. 새 상품 금리가 조금 높다고 해서, 지금까지 쌓아온 이자를 중도해지이율로 다 날리면 오히려 손해일 수 있다. 갈아탈 땐 반드시 "남은 기간 × 금리 차이로 더 받을 이자"와 "중도해지로 날리는 이자"를 비교해봐야 한다. 나처럼 계산 안 하고 감으로 움직이면 후회한다.
정답은 없다. 급전이 필요한 상황은 누구에게나 온다. 다만 적금을 깨기 전에 딱 5분만 담보대출 이율을 알아봤다면, 나는 30만원 가까이 아꼈을 거다. 다들 급할 때 적금부터 깨시는지, 아니면 다른 방법 쓰시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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