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3%인데 물가가 2.8%, 내 돈은 진짜 불어나고 있을까
지난 8월 초에 통계청이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발표했다. 전년 동월 대비 2.8%. 4월에 2.6%였다가 5월에 3.1%까지 튀었는데, 3개월 만에 다시 2%대로 내려왔다는 소식이었다. 뉴스에서는 "물가가 안정됐다"고 하더라.
근데 나는 그 기사를 보면서 좀 다른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만기 된 예금을 3.0%짜리로 다시 묶어놨는데, 이자 받아봤자 물가가 2.8% 오르면 대체 남는 게 얼마지? 통장 숫자는 분명히 늘었는데 왜 지갑은 그대로인 것 같을까. 오늘은 이 얘기를 한번 제대로 계산해보려고 한다. 명목금리랑 실질금리 얘기다.
명목금리와 실질금리, 뭐가 다른가
명목금리는 그냥 통장에 찍히는 숫자다. 예금 상품이 "연 3.0%"라고 하면 그게 명목금리다. 우리가 은행 앱에서 보는 이자율은 전부 명목금리다.
실질금리는 여기서 물가 상승률을 뺀 값이다. 공식은 단순하다.
실질금리 ≈ 명목금리 − 물가상승률
왜 이걸 빼야 하냐면, 돈의 가치가 시간이 지나면서 깎이기 때문이다. 올해 1만원으로 살 수 있던 걸 내년엔 1만 280원 줘야 산다면(물가 2.8% 상승), 내 돈의 구매력은 그만큼 줄어든 거다. 이자로 돈이 늘어도 물건값이 같이 오르면 실제로 내가 더 많이 살 수 있게 된 건 아니라는 얘기다.
여기서 함정이 하나 더 있다. 이자에는 세금이 붙는다. 이자소득세 15.4%(소득세 14% + 지방소득세 1.4%). 그래서 진짜 내 손에 들어오는 건 세후 이자다. 실질금리를 제대로 보려면 세후로 계산해야 한다.
실제로 1000만원으로 계산해보자
말로만 하면 감이 안 오니까 숫자로 보자. 1000만원을 연 3.0% 정기예금에 1년 넣었다고 치자.
| 항목 | 금액 |
|---|---|
| 세전 이자 (3.0%) | 300,000원 |
| 이자소득세 (15.4%) | −46,200원 |
| 세후 이자 | 253,800원 |
| 세후 실질 수익률 | 약 2.54% |
세후로 따지면 실제 이자율은 3.0%가 아니라 2.54%다. 광고에서 본 숫자보다 0.46%p 낮다.
여기서 물가상승률 2.8%를 빼보자.
실질금리 ≈ 2.54% − 2.8% = −0.26%
마이너스다. 통장엔 25만원이 늘었지만, 물가가 2.8% 올랐으니 작년과 똑같은 생활을 하려면 28만원이 더 필요하다. 결국 실질 구매력 기준으로는 오히려 3만원쯤 뒤로 밀린 셈이다. 예금을 들었는데 돈의 가치는 줄었다는 게 이런 의미다.
이게 예금이 "안전하다"는 말의 숨은 함정이다. 원금이 깨지지 않는다는 뜻이지, 구매력이 지켜진다는 뜻이 아니다. 물가가 이자를 조용히 갉아먹고 있는 거다.
그럼 예금을 하지 말라는 거냐
아니다. 나는 여전히 비상금이랑 단기 자금은 예금이랑 파킹통장에 둔다. 당장 6개월 안에 쓸 돈을 주식에 넣었다가 하필 그때 시장이 빠지면 그게 더 큰 손해니까. 예금의 역할은 "불리기"가 아니라 "지키기"에 가깝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다만 몇 년 이상 안 쓸 돈까지 전부 예금에만 묵혀두는 건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실질금리가 0 근처거나 마이너스인 구간이 길어지면, 안전하다고 믿은 돈이 매년 조금씩 뒤로 밀린다. 물가상승률을 이기려면 결국 어느 정도는 다른 자산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그게 ETF든, 연금계좌 안의 투자상품이든, 각자 감당할 수 있는 위험 안에서.
그리고 한 가지 더. 실질금리를 조금이라도 끌어올리는 현실적인 방법이 세금을 줄이는 거다. 위 계산에서 봤듯이 3.0%가 세후 2.54%로 깎이는 게 이자소득세 때문이다. ISA나 비과세·분리과세 혜택이 있는 계좌를 쓰면 이 15.4%를 아낄 수 있다.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것만큼이나, 이미 받는 이자에서 세금을 덜 내는 것도 실질 수익률을 지키는 방법이다.
물가 2.8%라는 숫자가 낮아 보여도, 세금까지 감안하면 웬만한 예금 금리와 아슬아슬하게 붙어 있다. 통장 숫자만 보지 말고, 세후로 물가를 이기고 있는지 한번쯤 계산해보면 좋겠다. 정답은 없다. 각자 쓸 시점과 위험 감당 범위에 맞춰 판단하면 된다. 나는 이번에 만기 자금 일부를 어떻게 굴릴지 다시 들여다보는 중이다.
※ 이 글은 개인적인 정보 공유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