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은 그대로인데 왜 돈이 안 모일까, 6개월 가계부 삽질기
작년 이맘때 통장을 보고 좀 한숨이 나왔다. 분명 예전보다 월급도 조금 올랐는데, 1년 동안 모은 돈이 생각보다 훨씬 적었다. "나 원래 이렇게 헤펐나?" 싶었다. 근데 사실 헤퍼진 게 아니라, 나가는 돈이 조용히 늘어나 있었던 거였다.
물가는 오르는데 내 지출은 그대로일 리가 없다
지난주 발표된 통계청 자료를 보면 7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8% 올랐다. 석 달 만에 다시 2%대로 내려온 거라 뉴스에서는 "안정됐다"고 하는데, 체감은 좀 다르다. 특히 우리가 매일 사는 것들, 그러니까 생활물가지수는 2.5% 올랐다. 장 보고 외식하고 기름 넣는 데 드는 돈이 딱 그만큼 더 나간다는 얘기다.
여기서 내가 뒤늦게 깨달은 게 있다. 물가가 2.8% 올랐으면 내 지출도 가만히 있으면 자동으로 2.8% 늘어난다. 소득이 그대로면 저축 가능액은 오히려 줄어든다. 그런데 나는 1년 내내 "월급이 올랐으니 좀 더 써도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앞으로는 새고 뒤로는 콸콸.
한 달 지출을 다 적어봤더니
작정하고 6개월 동안 모든 지출을 적어봤다. 앱이든 수기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다" 적는 거다. 그랬더니 내가 어림잡던 금액이랑 실제가 완전히 달랐다.
특히 두 가지에서 충격을 받았다. 하나는 배달·외식. 한 달에 대충 20만원쯤 쓰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40만원이 넘었다. 다른 하나는 구독료였다. OTT에 음악에 클라우드에, 안 쓰는 것까지 합쳐서 월 5만원 넘게 자동이체로 빠지고 있었다.
| 항목 | 내 예상 | 실제 | 차이 |
|---|---|---|---|
| 배달·외식 | 20만원 | 41만원 | +21만원 |
| 구독 서비스 | 2만원 | 5.5만원 | +3.5만원 |
| 편의점·카페 | 5만원 | 13만원 | +8만원 |
세 항목만 합쳐도 예상보다 월 32만원을 더 쓰고 있었다. 1년이면 384만원이다. 이게 내가 "왜 돈이 안 모이지?" 하던 이유의 대부분이었다.
줄이는 것보다 '보이게' 하는 게 먼저였다
흔히 "무지출 챌린지 해라", "허리띠 졸라매라"고들 한다. 근데 나는 그게 잘 안 됐다. 억지로 참으면 며칠 가다가 폭발하듯 써버렸다. 대신 효과가 있었던 건 그냥 매일 눈에 보이게 만든 거였다.
방법은 단순했다. 월초에 배달·외식은 25만원, 편의점·카페는 8만원, 이런 식으로 항목별 한도를 정해두고, 쓸 때마다 남은 금액을 확인했다. 한도를 정하니까 "이번 주에 3만원 남았네, 주말 약속용으로 아껴야지" 같은 판단이 저절로 생겼다. 참는 게 아니라 예산 안에서 노는 느낌이라 스트레스가 덜했다.
그리고 월급이 들어오면 저축액을 먼저 다른 통장으로 옮겼다. 쓰고 남은 걸 저축하는 게 아니라, 저축하고 남은 걸 쓰는 순서. 순서만 바꿨는데 6개월 뒤 모인 돈이 확 달랐다. 대단한 재테크 기술도 아니고 그냥 순서 바꾸기였는데.
솔직히 지금도 완벽하진 않다. 어떤 달은 예산을 넘기고, 여행 가면 그냥 다 무너진다. 근데 최소한 내 돈이 어디로 새는지는 안다. 그거 하나만 알아도 "왜 돈이 안 모이지?" 하는 막막함은 사라진다. 물가는 계속 오를 거고, 그럼 가만히 있는 건 사실상 뒤로 가는 거니까. 다들 지출 통제는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하다.
※ 이 글은 개인적인 정보 공유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