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주 코스피를 본 사람이라면 속이 좀 쓰렸을 거다. 7월 첫째 주에 8,000선이 무너지더니, 지난주 후반엔 하루에 5% 넘게 빠지면서 7,246포인트까지 밀렸다. 중동發 지정학 리스크에 반도체 차익실현 물량까지 겹친 결과였다. 계좌를 열었다가 조용히 다시 닫은 분, 아마 많을 거다.
이런 날 가장 위험한 건 사실 주가가 아니다. 급락 자체보다, 급락을 본 내 손가락이 더 위험하다. 오늘은 종목 얘기가 아니라, 변동성이라는 게 숫자로 내 자산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좀 뜯어보려고 한다. 이걸 알아야 다음번 폭락장에서 덜 흔들린다.
하락은 상승보다 무겁다
먼저 아주 기본적인 산수 하나. 많은 사람이 헷갈리는 부분이다. 내 자산이 5% 빠졌다고 치자. 그럼 다시 5% 오르면 본전일까? 아니다.
100만원이 5% 빠지면 95만원이다. 여기서 5%가 오르면? 95만원 × 1.05 = 99만7,500원. 본전이 아니다. 원금으로 돌아오려면 5%가 아니라 약 5.26%가 올라야 한다.
낙폭이 커지면 이 비대칭은 훨씬 잔인해진다.
| 하락률 | 원금 회복에 필요한 상승률 |
|---|---|
| -10% | +11.1% |
| -20% | +25.0% |
| -30% | +42.9% |
| -50% | +100.0% |
반토막 난 계좌가 본전 오려면 두 배가 올라야 한다. 이게 핵심이다. 큰 손실은 산술적으로 회복이 기하급수적으로 어려워진다. 그래서 장기 투자에서 "크게 잃지 않는 것"이 "크게 버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수익률 게임이 아니라 생존 게임에 가깝다.
그래서 현금 비중이 방어막이 된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질문. 그럼 어떻게 크게 안 잃느냐. 답 중 하나가 현금 비중이다.
간단한 예로, 자산 1,000만원을 전부 주식에 넣은 사람과, 700만원만 주식에 넣고 300만원을 파킹통장이나 예금에 둔 사람을 비교해보자. 이번처럼 주식이 하루 -5% 빠지면,
- 100% 주식: 1,000만원 → 950만원 (-50만원)
- 70% 주식 + 30% 현금: 주식 700만원 → 665만원, 현금 300만원 그대로 → 합계 965만원 (-35만원)
손실이 50만원에서 35만원으로 줄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아까 표를 다시 떠올려보자. 손실이 작을수록 회복도 쉽다. 그리고 진짜 중요한 건 심리다. 현금이 조금 있으면 하락장에서 "다 끝났다"는 공포가 덜하다. 오히려 싸진 자산을 조금씩 살 여력도 생긴다. 현금은 수익률을 깎아먹는 짐이 아니라, 변동성을 견디게 해주는 완충재에 가깝다.
물론 반대급부는 있다. 시장이 계속 오르기만 하면 현금 비중만큼 수익을 덜 먹는다. 정답은 없다. 다만 자기가 하루 -5% 를 봤을 때 잠을 못 잘 것 같으면, 그건 주식 비중이 자기 그릇보다 크다는 신호다.
변동성 자체가 복리를 갉아먹는다
조금 더 들어가 보자. 이건 의외로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인데, 같은 평균 수익률이라도 출렁임이 크면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A라는 자산이 1년 차에 +50%, 2년 차에 -50% 를 기록했다고 하자. 산술 평균으로 보면 (50 - 50) / 2 = 0%, 즉 본전인 것 같다. 근데 실제로 계산해보면?
100만원 × 1.5 = 150만원, 다시 × 0.5 = 75만원. 본전이 아니라 -25%다. 2년 동안 4분의 1이 날아갔다.
반면 매년 잔잔하게 +5%, +5% 를 낸 자산은? 100만원 × 1.05 × 1.05 = 110만2,500원. 단순 평균 수익률은 A가 0%, B가 5%로 5%p 차이지만, 실제 결과는 75만원 대 110만원으로 벌어진다. 널뛰기 하는 자산은 그 널뛰기 자체가 복리를 야금야금 갉아먹는다.
이래서 "재미없는 분산 투자"가 장기적으로 이기는 경우가 많다. 자극적으로 오르내리는 것보다, 덜 흔들리면서 꾸준히 굴러가는 쪽이 시간이 지나면 더 두툼해진다. 이번 주처럼 하루 5%씩 왔다 갔다 하는 장에서 이 원리는 특히 뼈아프게 다가온다.
그래서 폭락장에 뭘 해야 하나
솔직히 나도 이번 주 계좌 보고 손이 근질거렸다. 팔고 싶기도, 지르고 싶기도 했다. 근데 위 계산들을 떠올리면 결론은 단순해진다.
첫째, 자기 현금 비중을 다시 확인하자. 이번 하락에 잠이 안 왔다면 비중 조절 신호다. 둘째, 감정으로 몰빵하거나 감정으로 던지지 말자. 지정학 이슈는 예측이 안 된다. 이번 호르무즈 사태도 아무도 정확히 몰랐다. 예측 불가능한 걸 예측하려다 대부분 손실을 확정한다. 셋째, 원·달러 환율이 1,530원대까지 오른 상황이라 원화 자산만 보고 있으면 그림이 반쪽이다. 통화까지 포함해서 내 자산 전체를 봐야 한다.
폭락장은 사실 실력이 드러나는 순간이 아니라, 평소 세팅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폭락 전에 비중을 정해뒀느냐가 폭락 후 행동을 결정한다. 나는 이번 장을 보면서 다음엔 현금 비중 계산을 좀 더 보수적으로 다시 짜보려고 한다.
다들 이런 장에서 어떻게 버티시는지, 현금 비중은 얼마나 두시는지 궁금하다. 댓글로 나눠주시면 좋겠다.
※ 이 글은 개인적인 정보 공유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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