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환율

1,550원에 달러 사서 물린 이야기

gfrog 2026. 8. 1. 09:10

작년 이맘때 나는 달러가 계속 오를 거라고 확신했다. 뉴스마다 "원화 약세", "1,600원 돌파 임박" 소리가 나왔고, 주변에서도 다들 달러를 사재기했다. 나도 질 수 없었다. 그래서 환율이 1,550원쯤 하던 날, 있는 돈 없는 돈 긁어모아 달러를 샀다. 그게 실수의 시작이었다.

얼마나 샀고, 얼마에 물렸나

정확히는 5,000달러를 샀다. 그때 환율이 딱 1,550원 근처였으니 원화로 대략 775만원이 들어갔다. 환전 수수료도 있었다. 시중은행 창구에서 우대 없이 그냥 샀더니 스프레드가 1.75%쯤 붙었다. 이것도 나중에 계산해보고 알았다. 살 때 이미 시장 환율보다 비싸게 산 셈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사고 나서 며칠은 괜찮았는데, 여름 들어 환율이 슬금슬금 내려가기 시작했다. 지난주 발표된 시장 동향을 보면 7월 29일 원달러 환율은 1,446.7원으로 마감했다. 7월 초 1,550원대에서 시작한 걸 생각하면 한 달 만에 100원 넘게 빠진 거다. 내 5,000달러는 지금 원화로 바꾸면 723만원 정도. 앉아서 50만원 넘게 날린 셈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솔직히 나는 환율을 예측할 수 있다고 착각했다. 근데 환율은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었다. 7월 들어 진정된 이유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SK하이닉스 미국 상장 기대로 달러가 유입됐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원화 매력이 살아났다. 이런 뉴스를 내가 미리 알았을 리 없다.

한번 계산해보자. 만약 내가 1,550원에 사서 1,446원에 판다면 손실률이 약 6.7%다. 여기에 살 때 수수료 1.75%, 팔 때 수수료 또 1%대를 더하면 실질 손실은 9%를 넘어간다. 775만원 넣어서 70만원 가까이 증발하는 거다. 그냥 파킹통장에 넣어뒀으면 이자라도 몇 푼 붙었을 텐데.

그럼 진짜 문제가 뭐였을까? 나는 "환율이 오른다"에 베팅한 게 아니라 "내가 남들보다 시장을 잘 안다"에 베팅한 거였다. 그게 오만이었다.

그때 팔았어야 했나, 지금이라도 팔아야 하나

이게 좀 애매한데, 지금도 나는 그 달러를 들고 있다. 손실 확정이 싫어서다. 이걸 심리학 용어로 '처분 효과'라고 한다더라. 오른 건 빨리 팔고 싶고, 물린 건 본전 생각에 못 판다. 나도 딱 그 함정에 빠져 있다.

냉정하게 보면 답은 두 가지다. 하나, 이 돈이 당장 필요 없고 몇 년 뒤 해외여행이나 유학 자금으로 쓸 거면 그냥 들고 가도 된다. 환율은 또 언제 오를지 모르니까. 둘, 이 돈이 사실은 지금 다른 데 써야 할 돈이었다면 손실을 인정하고 파는 게 맞다. 물린 돈을 붙잡고 있느라 더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게 더 큰 손해다.

내 경우엔 애초에 여윳돈이 아니었다는 게 진짜 문제였다. 환테크는 없어도 되는 돈으로, 오랜 기간 묻어둘 수 있을 때만 하는 거였다. 나는 그 기본을 어겼다.

다음엔 이렇게 하려고 한다

이번에 제대로 데이고 나서 세운 원칙이 몇 개 있다. 우선 환전은 한 번에 몰아서 안 한다. 달러가 필요하면 몇 달에 걸쳐 나눠 산다. 평균 단가를 낮추는 게 예측하는 것보다 훨씬 현실적이다. 그리고 수수료. 은행 창구 대신 환율 우대 되는 앱이나 증권사 외화계좌를 쓰면 스프레드를 90%까지 깎을 수 있다. 이거 하나만 챙겨도 살 때 손실의 절반은 줄었을 거다.

무엇보다, 이제 나는 "환율이 오를 것 같다"는 느낌으로 큰돈을 넣지 않는다. 진짜 달러가 필요한 목적이 있을 때만, 그 목적에 필요한 만큼만 산다. 투기와 실수요는 다르다는 걸 775만원 주고 배웠다.

다들 환테크 어떻게 하시는지, 물려본 경험 있으시면 댓글로 공유해주시면 좋겠다. 나만 이런 실수 한 건 아니겠지.

※ 이 글은 개인적인 정보 공유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