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얼마 전에 물어보셨다. "연금 그냥 빨리 받는 게 낫지 않냐"고. 60대 초반에 회사를 나오셨는데 정작 국민연금은 63세부터 나온다. 그 사이 몇 년이 붕 뜬다. 이 소득 공백을 못 버텨서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당겨 받는 사람이 요즘 정말 많다.
실제로 올해 조기노령연금 수급자가 103만 명을 넘었다. 6년 전만 해도 62만 명 수준이었는데 40만 명 넘게 늘었다. 30% 깎여도 지금 받겠다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근데 이게 정말 손해일까, 아니면 나름 합리적인 선택일까. 반대로 여유가 있어서 늦춰 받으면 얼마나 더 받을 수 있을까. 숫자로 한번 따져보자.
당겨 받기와 늦춰 받기, 규칙부터
먼저 규칙을 정리하면 이렇다.
조기노령연금(당겨 받기)은 정해진 수급 나이보다 최대 5년 일찍 받을 수 있다. 대신 1년 당길 때마다 6%씩, 월로 따지면 0.5%씩 깎인다. 5년을 꽉 당기면 30% 감액이다. 한 번 깎인 금액은 평생 그대로 간다.
연기연금(늦춰 받기)은 반대로 최대 5년 늦출 수 있고, 늦추는 만큼 연 7.2%씩 늘어난다. 5년을 다 미루면 36% 증액이다. 이것도 평생 유지된다.
참고로 올해 연금액 자체도 2.1% 올랐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건데, 월평균 수급액이 69만 5958원으로 1만 원 조금 넘게 인상됐다. 그리고 6월부터는 일해서 소득이 있어도 연금이 깎이는 기준이 월 319만 원에서 519만 원으로 크게 올라서, 은퇴 후에도 일하는 사람 입장에선 부담이 줄었다.
그래서 손익분기점은 언제?
계산이 복잡해 보이지만 핵심은 하나다. "일찍 적게 받은 총액을, 나중에 많이 받는 사람이 언제 따라잡느냐."
이해하기 쉽게 정상 수령액을 월 100만 원으로 놓고 세 가지 경우를 비교해봤다.
| 구분 | 월 수령액 | 특징 |
|---|---|---|
| 5년 당겨 받기 | 70만 원 (-30%) | 5년 먼저 받기 시작 |
| 정상 수령 | 100만 원 | 기준 |
| 5년 늦춰 받기 | 136만 원 (+36%) | 5년 늦게 받기 시작 |
당겨 받기부터 보자. 5년 먼저 받으니까 정상 수령 시점 전까지 70만 원 × 60개월 = 4200만 원을 미리 챙긴다. 대신 정상 수령 나이가 되면 정상 수령자는 100만 원, 나는 70만 원. 매달 30만 원씩 뒤진다. 이 4200만 원을 30만 원씩 따라잡으려면 140개월, 약 11년 7개월이 걸린다. 즉 정상 수령 나이 기준으로 대략 12년쯤 지나면 역전당한다. 63세 수령이라면 대략 75세 언저리가 분기점이다.
늦춰 받기는 반대다. 5년 안 받는 동안 정상 수령자는 100만 원 × 60개월 = 6000만 원을 먼저 받는다. 이 격차를 매달 36만 원(136-100)씩 좁혀야 하는데, 6000만 원 ÷ 36만 원 = 약 167개월, 거의 14년이 걸린다. 늦춰 받기 시작이 이미 5년 뒤니까, 정상 나이 기준으론 19년쯤 지나야 이득으로 돌아선다. 63세 기준이면 대략 82~83세다.
정리하면 이렇다. 75세 이전에 세상을 뜰 것 같으면 당겨 받는 게 이득, 83세 넘게 오래 살 것 같으면 늦춰 받는 게 이득, 그 사이면 사실상 도긴개긴이다.
숫자만으로는 안 풀리는 것들
여기까지 보면 "그럼 건강만 하면 늦춰 받는 게 무조건 낫네"라고 생각하기 쉽다. 근데 현실은 좀 다르다.
첫째, 당장 쓸 돈이 없으면 손익분기점이 무슨 의미가 있나. 조기수령자 100만 명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60대 초반 소득 공백을 빚 안 지고 버티는 것 자체가 어려운 사람이 많다. 12년 뒤 역전당하더라도 지금 당장의 생활이 급하면 당겨 받는 게 맞는 선택일 수 있다.
둘째, 늦춰 받으면 연금이 커지는데 이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연금 소득이 늘면 건강보험료 산정이나 종합소득 합산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특히 다른 소득이 있는 사람은 늘어난 36%가 세금·건보료로 일부 상쇄된다. 늘어난 금액을 그대로 다 챙긴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셋째, 물가상승률 반영이라는 변수가 있다. 국민연금은 매년 물가에 연동돼 오른다. 금액이 큰 상태에서 매년 오르면 복리처럼 격차가 더 벌어진다. 이건 늦춰 받기에 유리한 요소다.
나라면 어떻게 할까
솔직히 정답은 없다. 다만 나라면 이렇게 접근할 것 같다.
60대 초반에 다른 소득도 없고 모아둔 게 빠듯하다면, 손해율을 따지기 전에 그냥 당겨 받겠다. 12년 뒤 손익분기점보다 오늘 밥값이 급하니까. 반대로 퇴직금이나 개인연금 같은 다른 버팀목이 있어서 5년쯤 버틸 여력이 된다면, 그리고 집안 내력상 장수하는 편이라면 늦춰 받는 쪽을 진지하게 고려하겠다. 오래 살수록 늦춰 받기가 확실히 유리하니까.
결국 이 선택은 "내가 몇 살까지 살 것 같은가"와 "지금 이 돈이 얼마나 급한가"라는 두 질문으로 좁혀진다. 앞의 질문은 아무도 모르고, 뒤의 질문은 각자 다르다. 그러니 남들 따라 정할 게 아니라 내 상황부터 봐야 한다.
다들 부모님이나 본인 연금, 어떻게 받을 계획이신지 궁금하다.
※ 이 글은 개인적인 정보 공유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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