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주식

AI 테마주에 몰빵했다가 물린 이야기

gfrog 2026. 8. 29. 12:09

작년 겨울, 나는 반도체 관련주 하나에 여윳돈 대부분을 넣었다. 정확히는 여윳돈이라 부르기도 애매한 돈이었다. 비상금 통장까지 헐어서 넣었으니까. 그때는 그게 당연해 보였다. 다들 AI, AI 하던 시기였고, 계좌를 열 때마다 파란불이 아니라 빨간불이 켜져 있었다. 안 사면 나만 바보 되는 기분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꽤 크게 잃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배운 게 잃은 돈만큼은 됐다고 스스로 위로하는 중이다.

어쩌다 몰빵까지 갔나

처음엔 얌전했다. 300만원 정도로 시작했다. 한 달 만에 20% 가까이 올랐다. 세전으로 계산기 두드려보니 60만원. 회사에서 한 달 야근해서 받는 수당보다 컸다. 그때 이상한 감정이 생긴다. "이걸 왜 이제 시작했지?" 하는 조바심.

그래서 돈을 더 넣었다. 적금 깨고, 파킹통장 비우고, 결국 800만원까지 넣었다. 문제는 살 때마다 이미 오른 가격에 샀다는 거다. 평균 단가가 계속 위로 올라갔다. 나중에 보니 내 매수 평균가는 거의 고점 근처였다.

올해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상반기 내내 지수를 끌어올린 게 반도체와 AI 기대감이었는데, 그 기대가 흔들리니까 지수도 같이 무너졌다. 언론에서는 "반도체가 끌어올렸다가 반도체가 끌어내렸다"는 표현을 쓰더라. 내 계좌가 딱 그 문장이었다. 며칠 만에 수익이 사라지고, 원금까지 파고들었다.

숫자로 보면 더 아프다

한번 계산해보자. 평균 단가 근처에서 800만원어치를 들고 있었는데, 고점 대비 35% 정도 빠졌다고 하면 잔고가 520만원이 된다. 앉은 자리에서 280만원이 없어진 거다.

여기서 더 아픈 건 심리다. 물리면 못 판다. "여기서 팔면 확정 손실이잖아" 하면서 버틴다. 근데 버틴다고 오르는 게 아니다. 오히려 더 빠지기도 한다. 나는 반등하면 본전에 팔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반등이 안 오니 팔 타이밍도 없었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산 건 회사가 아니라 분위기였다는 걸. 그 회사가 뭘로 돈 버는지, 실적이 어떤지, 나는 제대로 몰랐다. 그냥 남들이 오른다니까 샀다. 이걸 투자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다.

그래서 뭘 바꿨나

크게 세 가지를 바꿨다.

첫째, 한 종목에 넣는 돈의 상한을 정했다. 전체 투자금의 10%를 넘기지 않기로. 아무리 확신이 들어도 그 이상은 안 넣는다. 확신이 강할 때가 사실 제일 위험하더라.

둘째, 추격 매수를 끊었다. 이미 많이 오른 걸 뒤늦게 따라 사는 게 제일 손실이 컸다. 오르는 걸 못 사서 배 아픈 것보다, 물려서 몇 달을 마음 졸이는 게 훨씬 괴롭다는 걸 몸으로 배웠다.

셋째, 잃어도 생활이 안 흔들리는 돈만 넣는다. 비상금이랑 투자금을 아예 다른 통장으로 분리했다. 지금은 매달 정해진 금액만, 그것도 여러 곳에 나눠서 넣는다. 재미는 없다. 근데 밤에 잠은 잘 온다.

솔직히 아직도 그 종목을 들고 있다. 손절도 못 하고, 추가 매수도 안 하고, 그냥 묻어뒀다. 언젠가 본전 오면 팔지, 아니면 계속 반성문처럼 들고 있을지 모르겠다.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다만 확실한 건, 남들 다 사는 걸 뒤늦게 몰빵하는 건 나한테 한 번이면 충분하다는 거다. 다들 테마주 한 번쯤 물려보셨는지, 어떻게 정리하셨는지 궁금하다.

※ 이 글은 개인적인 정보 공유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