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마지막 날, 계좌를 열어보고 진짜 웃음이 나왔다. 코스피가 그날 역대급으로 튀어 올랐고, 내가 몇 년째 물려 있던 반도체 관련 종목이 하루 만에 두 자릿수로 뛰었다. 원금 회복은 물론이고 처음으로 파란불이 아니라 빨간불이 계좌를 덮었다. 그때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여기서 더 간다."
결론부터 말하면, 못 팔았다. 그리고 며칠 뒤 이번 달 초 코스피는 하루에 5% 넘게 빠졌다. 그날 계좌를 다시 열었을 때 나온 건 웃음이 아니라 한숨이었다.
올라갈 때가 제일 위험하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이상하게 좋았다. 지난달 31일 코스피는 하루 상승률로만 봐도 기록적인 수준이었고, 지수는 6천 선을 훌쩍 넘겼다. AI, 메모리 반도체 이야기가 뉴스마다 도배됐고, 주변에서 "이번엔 다르다"는 말이 자주 들렸다. 나도 그 말을 믿고 싶었다.
사실 나는 6천을 찍기 전부터 조금씩 팔 생각이 있었다. 원금만 회복하면 절반은 정리하자고 스스로 약속까지 했다. 근데 막상 그 지점에 오니까 손가락이 안 움직였다. 하루에 몇 퍼센트씩 오르는 걸 보니 "지금 팔면 손해"라는 이상한 계산이 머릿속에 들어찼다. 손실을 오래 견딘 사람일수록 이 함정에 잘 빠지는 것 같다. 오래 참았으니 더 받아야 한다는 마음.
그런데 시장은 내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이번 달 들어 외국인과 기관이 코스피에서 수조 원씩 팔아치웠고, 개인이 아무리 받아도 지수는 무너졌다. 반도체가 끌어올린 장이 반도체 기대가 흔들리자 그대로 같이 빠졌다. 상승분의 상당 부분이 기대감이었다는 게 하루 만에 드러난 셈이다.
왜 못 팔았을까
나중에 돌아보니 내가 못 판 이유는 딱 세 가지였다.
첫째, 기준이 없었다. "얼마가 되면 판다"가 아니라 "더 오르면 판다"였다. 뒤엣 것은 기준이 아니라 그냥 욕심이다. 오르는 데는 위가 없으니까.
둘째, 팔고 나서 더 오를까 봐 무서웠다. 근데 이건 좀 웃긴 게, 나는 그 종목을 몇 년째 손실로 들고 있었으면서 정작 익절 앞에서는 "더 오를 기회"를 아까워했다. 손실은 오래 참고 이익은 못 참는, 전형적인 실수다.
셋째, 계좌를 너무 자주 봤다. 하루에도 몇 번씩 열어보니까 숫자에 감정이 실렸다. 오르면 흥분하고 내리면 불안하고. 그 상태에서 냉정한 판단이 나올 리가 없다.
그래서 뭘 바꿨나
이번엔 손실이 크진 않았다. 애초에 원금 근처였으니까. 하지만 최고점에서 정리할 기회를 눈앞에서 놓친 건 분명하다. 그 경험으로 몇 가지를 바꿨다.
일단 종목마다 미리 숫자를 적어뒀다. 목표 수익률과 손절선을 계좌 메모에 박아놨다. 애매하게 "느낌 오면"이 아니라, 그 숫자에 닿으면 절반은 무조건 정리하는 규칙. 절반만 파는 이유는 단순하다. 팔고 더 올라도 나머지 절반이 있고, 안 올라도 절반은 챙겼으니까. 어느 쪽이든 덜 억울하다.
그리고 한 번에 다 넣지 않기로 했다. 지수가 6천이든 5천이든, 목돈을 한 번에 태우면 딱 그 시점의 가격에 내 운명이 걸린다. 나눠서 들어가면 최소한 평균은 맞출 수 있다. 재미없지만 이게 마음이 제일 편하다.
마지막으로 현금 비중을 정해뒀다. 예전엔 좋아 보이면 있는 돈 다 밀어 넣었는데, 지금은 일정 비율은 파킹통장에 남겨둔다. 이번처럼 시장이 크게 빠질 때, 현금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표정은 완전히 다르다. 나는 이번에 없는 쪽이었다.
정답은 없더라
이번 달 27일에는 한국은행 금통위도 있다. 금리를 올릴지 동결할지 전망도 갈리는 모양인데, 솔직히 나는 그게 어떻게 될지 맞힐 자신이 없다. 맞히려고 애쓰는 것도 그만뒀다. 대신 어느 쪽이 나와도 크게 안 흔들릴 만큼만 담아두려고 한다.
투자에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누군가는 6천에서 팔아 웃었을 거고, 누군가는 나처럼 못 팔아 한숨 쉬었을 거다. 다만 확실한 건, 기준 없이 감정으로 사고파는 건 언젠가 대가를 치른다는 것 정도다. 이번엔 수업료가 쌌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다들 이번 조정 어떻게 넘기고 계신지 궁금하다. 팔았는지, 버텼는지, 더 담았는지. 댓글로 이야기 나눠주시면 좋겠다.
※ 이 글은 개인적인 정보 공유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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