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 계약 만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을 때, 집주인한테서 연락이 왔다. 보증금을 올리든지, 아니면 반전세로 돌리자는 얘기였다. 그날 저녁 계산기를 켜놓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전세대출 이자를 계속 낼 것인가, 아니면 월세로 갈아탈 것인가. 답이 뻔할 줄 알았는데 막상 숫자를 넣어보니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았다.
마침 시기도 애매했다. 지난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75%로 25bp 올렸다. 2023년 1월 이후 첫 인상이라고 하더라. 6월 소비자물가가 3.2%까지 올라온 게 부담이었다는 설명이었다. 문제는 이 금리 인상이 내 전세대출 이자에도 그대로 얹힌다는 거였다.
내가 처한 상황
우리 집은 보증금 3억 전세에 살고 있었다. 이 중 2억은 전세자금대출이었고, 금리는 변동금리로 대략 연 4% 근처였다. 그러니까 대출 이자로만 매달 이자가 나가고 있었던 셈이다. 2억 × 4% = 연 800만원. 한 달로 치면 약 66만원. 이걸 월세라고 생각하면 사실 이미 66만원짜리 월세를 살고 있던 거나 마찬가지였다.
집주인이 제안한 건 두 가지였다. 보증금을 3억 5천으로 올리거나, 아니면 보증금 1억에 월세 90만원으로 반전세 전환. 둘 다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숫자로 비교해봤다
일단 세 가지 시나리오를 놓고 계산해봤다. 편의상 관리비 같은 건 다 빼고 순수 주거비만 따졌다.
| 구분 | 보증금 | 매달 나가는 돈 | 비고 |
| 전세 유지(보증금 인상) | 3.5억 | 이자 약 83만원 | 대출 2.5억, 금리 4% 가정 |
| 반전세 전환 | 1억 | 월세 90만원 | 대출 거의 없음 |
| 완전 월세로 이사 | 5천 | 월세 110만원 | 다른 매물 기준 |
보증금을 올리면 대출이 2.5억으로 늘고, 금리 4%면 연 1000만원, 월 83만원이 이자로 나간다. 반전세는 월세 90만원. 얼핏 보면 전세 유지가 매달 7만원 싸다.
근데 여기서 놓치기 쉬운 게 있다. 반전세로 가면 보증금이 1억으로 줄어드니까, 묶여 있던 2억 5천이 손에 들어온다. 이 돈을 그냥 놀리면 손해지만, 요즘 파킹통장이나 예금에 넣으면 세후로도 연 3% 안팎은 나온다. 2.5억 × 3% = 연 750만원, 월 62만원. 이 이자 수익을 월세에서 빼주면 반전세의 실질 부담은 90만원 - 62만원 = 28만원 수준까지 내려간다.
그러니까 단순히 매달 나가는 현금만 보면 전세가 싸 보이는데, 묶인 돈의 기회비용까지 넣으면 계산이 뒤집힌다. 이게 좀 애매한 지점이었다.
결국 어떻게 했나
솔직히 처음엔 "전세가 무조건 이득"이라는 통념을 그냥 믿고 있었다. 근데 금리가 오르는 국면에선 이 공식이 흔들린다. 변동금리 전세대출은 기준금리가 오르면 이자가 따라 오르니까, 지금처럼 금리 인상이 시작된 시점엔 대출을 크게 안고 가는 게 마냥 유리하지만은 않더라.
게다가 요즘 전세 물건 구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주 자료를 보니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가 122.5까지 올라서 2021년 초 이후 가장 높다고 했다. 전세 매물이 귀해지니 집주인이 보증금 올리자고 나오는 것도 이 흐름 안에 있는 거였다.
나는 결국 반전세를 택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점. 대출 이자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올라가지만, 월세는 계약 기간 동안 고정이니까 예측이 됐다. 다른 하나는 목돈을 어느 정도 손에 쥐고 싶었다는 점. 2억 넘는 돈이 전부 전세보증금에 묶여 있으니 다른 걸 할 여유가 하나도 없었다.
물론 이게 정답은 아니다. 금리가 다시 내려가는 국면이었다면 나는 전세를 유지했을 거다. 각자 대출 규모, 금리 유형(고정이냐 변동이냐), 목돈 굴릴 자신이 있느냐에 따라 답이 다 다르다.
한 가지만 확실히 배웠다. "전세가 이득"이라는 말을 그냥 믿지 말고, 묶인 돈의 기회비용까지 넣어서 직접 계산기를 두드려봐야 한다는 것. 그 30분이 매달 수십만원을 좌우한다.
다들 만기 앞두고 어떻게 결정하시는지 궁금하다. 댓글로 각자 계산법 공유해주시면 나도 참고하려고 한다.
※ 이 글은 개인적인 정보 공유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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