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 전만 해도 "월세는 돈 버리는 거고 전세가 무조건 이득"이라는 말을 다들 아무렇지 않게 했다. 나도 그렇게 믿었다. 근데 요즘은 좀 애매하다. 전세 매물 자체가 줄어드는 데다, 전세대출 이자가 예전 같지 않으니까.
이번 달 KB부동산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이 4.23%까지 올라왔다. 2021년보다 0.8%p 넘게 오른 수치다. 전세 매물은 계속 마르고 있고(작년 8월 서울 전세 매물이 연초 대비 27% 줄었다는 통계도 있었다), 전국 임대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55%를 넘었다. 흐름 자체가 월세 쪽으로 기울고 있는 셈이다. 그럼 세입자 입장에서 전세랑 월세, 진짜 뭐가 이득인지 한번 숫자로 따져보자.
전월세 전환율부터 이해하고 가자
전월세 전환율은 쉽게 말해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바꿀 때 붙는 이율이다. 전환율이 4.23%라는 건, 보증금 1억을 월세로 돌리면 연 423만원, 즉 월 35만원 정도로 계산한다는 뜻이다.
이 숫자가 왜 중요하냐면, 집주인이 전세를 월세(반전세 포함)로 돌릴 때 이 비율을 기준으로 월세를 매기기 때문이다. 전환율이 높을수록 세입자가 내는 월세가 비싸진다. 지금처럼 전환율이 오르는 국면에선 월세 부담이 커진다는 얘기다.
실제로 계산해보면 생각보다 비슷하다
여기서 많은 사람이 착각하는 게 있다. 전세는 "이자를 안 낸다"고 생각하는데, 전세대출을 받았다면 그것도 엄연히 매달 나가는 비용이다. 예를 들어보자.
전세 3억짜리 집에 들어가는데 내 돈이 5천만원뿐이라, 나머지 2억 5천을 전세대출로 채운다고 하자. 요즘 전세대출 금리를 대략 4.1%로 잡으면:
| 구분 | 계산 | 월 부담 |
|---|---|---|
| 전세 (대출 2.5억, 금리 4.1%) | 2.5억 × 4.1% ÷ 12 | 약 85만원 |
| 월세 (보증금 5천 + 나머지 2.5억을 전환율 4.23%로) | 2.5억 × 4.23% ÷ 12 | 약 88만원 |
거의 비슷하다. 월 3만원 차이. 예전엔 전세대출 금리가 훨씬 낮아서 이 표가 전세 쪽으로 크게 기울었는데, 지금은 전환율과 대출금리가 엇비슷해지면서 차이가 많이 줄었다.
물론 이게 전부는 아니다. 전세는 목돈 2억 5천이 대출로 묶이지만, 만기에 원금은 그대로 돌려받는다. 반면 월세는 매달 나가는 돈이 완전히 사라진다. 대신 월세는 보증금이 적으니 나머지 목돈을 내가 굴릴 수 있다. 5천만원 예금만 넣어도 세후 연 3% 잡으면 150만원, 월 12만원 정도는 나온다. 이런 것까지 넣으면 계산이 또 달라진다.
그래서 나라면 어떻게 할까
정답은 없다. 근데 상황을 몇 가지로 나눠서 보면 판단이 좀 선다.
목돈이 어느 정도 있고 이 돈을 딱히 굴릴 데가 없다면, 나는 전세를 택하겠다. 전세대출을 최소한으로 받거나 안 받을 수 있으면 실질 주거비가 확 내려가니까. 원금도 보존되고.
반대로 전세금 대부분을 대출로 채워야 하는 상황이라면, 요즘은 월세도 진지하게 고민해볼 만하다. 위 표처럼 실부담이 비슷하다면, 굳이 2억 넘는 빚을 지면서 심리적 부담을 안을 이유가 크지 않다. 대출 한도나 DSR에 걸려 애를 먹는 경우도 많고.
또 하나, 2~3년 안에 이사할 가능성이 높거나 직장 때문에 지역이 유동적이라면 월세가 마음 편하다. 전세는 계약 얽히고 보증금 돌려받는 타이밍 맞추다가 스트레스받는 경우가 은근히 많다.
결국 "전세가 무조건 이득"이던 시절은 지난 것 같다. 전환율이 오르고 대출금리가 붙는 지금은, 내 목돈 규모랑 그 돈의 기회비용을 같이 놓고 봐야 한다. 다들 지금 전세 사시는지 월세 사시는지, 갈아탈 생각 있으신지 궁금하다.
※ 이 글은 개인적인 정보 공유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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