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6일 한국은행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올렸다. 만장일치였고, 작년 인하 이후 14개월 동결을 끝낸 3년 6개월 만의 인상이다. 뉴스에서 "금리 인상 → 채권 가격 하락"이라는 말이 또 나왔는데, 사실 이게 왜 그런지 제대로 설명하는 글은 잘 없더라.
나도 예전엔 "금리 올랐으니 채권 사면 이자 더 받겠네" 정도로만 생각했다. 근데 채권 ETF를 하나 들고 있다가 금리 오를 때 계좌가 파랗게 물드는 걸 보고 나서야 "어, 이자 받는 건데 왜 손실이지?" 하고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오늘은 그 얘기다. 숫자로 하나하나 따라가 보자.
채권은 결국 '정해진 현금흐름'을 사는 것
채권을 산다는 건 미래에 받을 돈이 이미 정해져 있는 종이를 사는 거다. 예를 들어 액면가 100만원, 표면금리(쿠폰) 3%, 만기 3년짜리 채권이 있다고 하자. 이걸 사면 앞으로 이렇게 돈이 들어온다.
- 1년 뒤: 이자 3만원
- 2년 뒤: 이자 3만원
- 3년 뒤: 이자 3만원 + 원금 100만원
여기서 핵심은 이 현금흐름이 발행 시점에 못 박혀 있다는 거다. 나중에 시장금리가 어떻게 되든 이 채권이 주는 돈은 매년 3만원, 마지막에 103만원으로 고정이다. 바뀌지 않는다.
그럼 이 채권의 '가격'은 어떻게 정해질까? 정답은 "미래에 받을 돈을 지금 가치로 환산한 합계"다. 이걸 할인(discount)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할인할 때 쓰는 이자율이 바로 시장금리다. 여기서 모든 게 갈린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무슨 일이 벌어지나
내가 3% 쿠폰 채권을 막 샀는데, 바로 다음 날 시장금리가 4%로 뛰었다고 하자. 이번 한은 인상처럼 말이다.
이제 새로 발행되는 채권은 쿠폰을 4% 준다. 그럼 사람들이 굳이 3%짜리 내 채권을 사려고 할까? 안 한다. 같은 돈을 넣으면 4%짜리가 이자를 더 주니까. 그러니 내 3%짜리를 팔려면 가격을 깎아줘야 한다. 얼마나 깎아야 4%짜리와 경쟁이 될까? 그걸 계산해보자.
미래 현금흐름을 4%로 할인해 보면:
- 1년 뒤 3만원 → 3 ÷ 1.04 = 약 2.88만원
- 2년 뒤 3만원 → 3 ÷ (1.04)² = 약 2.77만원
- 3년 뒤 103만원 → 103 ÷ (1.04)³ = 약 91.57만원
다 더하면 약 97.22만원. 액면가 100만원짜리가 97.2만원으로 떨어진 거다. 대략 2.8% 손실이다. 이자 한 푼 안 밀렸는데도, 시장금리가 1%포인트 오르는 순간 종이값이 깎였다. 이게 "금리 오르면 채권 가격 떨어진다"의 정체다.
반대로 금리가 2%로 내렸다면? 같은 방식으로 3%로 할인 안 하고 2%로 할인하니까 각 현금흐름의 현재가치가 커진다. 계산하면 대략 102.9만원. 이번엔 3%가량 이득을 본다. 그래서 금리 인하기엔 채권 가격이 오르고, 금리 인상기엔 떨어진다.
만기가 길수록 더 크게 흔들린다 (듀레이션)
여기서 한 발 더 들어가면 재밌는 게 나온다. 위에서는 3년물로 계산했는데, 만약 10년물, 30년물이었다면 같은 1%포인트 금리 변화에도 가격이 훨씬 크게 움직인다.
이유는 간단하다. 만기가 길면 먼 미래의 현금흐름이 많고, 먼 미래일수록 할인의 영향을 세게 받기 때문이다. 위 계산에서 3년 뒤 103만원을 1.04로 세 번 나눴는데, 30년물이면 30번 나눈다. 할인율이 조금만 바뀌어도 30제곱이 곱해지니 결과가 크게 흔들린다.
이 민감도를 숫자로 표현한 게 듀레이션(duration)이다. 대충 "금리가 1%포인트 움직일 때 가격이 몇 % 움직이나"로 이해하면 된다. 듀레이션이 3이면 금리 1%포인트에 약 3% 움직이고, 듀레이션이 8이면 약 8% 움직인다.
| 채권 종류 | 대략적 듀레이션 | 금리 +1%p일 때 가격 변화 |
|---|---|---|
| 단기채(1~2년) | 약 1~2 | 약 -1~2% |
| 중기채(3년물) | 약 2.8 | 약 -2.8% |
| 장기채(10년물) | 약 8~9 | 약 -8~9% |
| 초장기채(30년물) | 약 18~20 | 약 -18~20% |
그래서 금리 인상기엔 장기채 ETF가 유독 크게 빠진다. 반대로 "이제 금리 곧 내리겠지" 하고 베팅하는 사람들은 일부러 장기채를 담는다. 금리가 내리면 그만큼 크게 벌 수 있으니까. 근데 이건 방향이 틀리면 크게 잃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저 30년물 계산을 보고 "아, 이건 이자 받는 상품이 아니라 금리 방향 베팅이구나" 싶었다.
그럼 지금 어떻게 봐야 하나
이번에 한은이 금리를 올렸다는 건, 이미 발행돼서 시장에 굴러다니는 기존 채권들 입장에선 가격을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실제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7월 초 기준 3.7%대로, 기준금리 2.75%보다 이미 꽤 높다. 시장이 앞으로 추가 인상이나 긴축 기조를 어느 정도 미리 반영해놨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럼 채권은 지금 사면 안 되는 걸까? 그건 아무도 단정 못 한다. 만기까지 들고 갈 생각이면 중간에 가격이 출렁여도 결국 정해진 이자와 원금을 받는다. 가격 손실은 '중간에 팔 때'만 실현된다. 반면 채권 ETF처럼 만기 없이 계속 굴러가는 상품은 그 출렁임을 그대로 맞는다. 이 차이를 모르면 "안전자산인 줄 알고 샀는데 왜 마이너스냐"는 얘기가 나온다.
정리하면 채권은 '이자 주는 안전한 것'이라는 이미지와 달리, 시장금리에 따라 가격이 살아 움직이는 상품이다. 특히 만기가 길수록 그렇다. 금리 방향을 맞히면 이자에 시세차익까지 얹지만, 틀리면 이자보다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
나는 요즘 이 계산을 알고 나서 채권을 볼 때 무조건 듀레이션부터 확인한다. 몇 년물인지, ETF면 평균 만기가 얼마인지. 그것만 봐도 이게 얼마나 흔들릴 물건인지 대충 감이 온다. 다음엔 채권 ETF와 개별 채권을 직접 사는 게 뭐가 다른지도 숫자로 한번 비교해보려고 한다.
※ 이 글은 개인적인 정보 공유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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