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나는 신용대출 3천만원을 받았다. 목적은 하나였다. 주식. 계좌를 보고 있으면 매일 남들만 돈을 버는 것 같았고, 내 월급으로 종잣돈을 모으는 속도가 너무 느리게 느껴졌다. 그래서 "레버리지 좀 쓰면 어때, 어차피 우상향인데" 하는 마음으로 대출 버튼을 눌렀다. 지금 생각하면 그 버튼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처음엔 정말 잘 됐다
솔직히 말하면 초반 몇 달은 기분이 좋았다. 원래 있던 자금 2천만원에 대출 3천만원을 얹어서 5천만원으로 굴리니까, 같은 10% 수익이 나도 원금 대비 체감이 완전히 달랐다. 3개월 만에 계좌가 500만원 넘게 불었을 때는 "이래서 다들 빚투를 하는구나" 싶었다.
근데 그때 계산을 제대로 안 했다. 신용대출 금리가 연 5%대였는데, 3천만원이면 이자만 한 달에 12만원 넘게 나갔다. 수익이 날 때는 이 이자가 하나도 안 아프다. 문제는 수익이 안 날 때다. 시장이 옆으로 기기만 해도 나는 매달 12만원씩 뒤로 밀리는 구조였는데, 그걸 그때는 심각하게 안 봤다.
변동성이 모든 걸 무너뜨렸다
올해 들어 증시가 미쳐 돌아갔다. 지난 7월 31일 코스피가 하루에 17%가 넘게 오르며 역대 최고 일간 상승률을 찍었는데, 바로 이틀 뒤인 8월 3일엔 5% 넘게 급락했다. 반도체가 하루에 8% 넘게 빠지던 날, 내 계좌도 같이 녹았다. 지수가 하루에 4~5%씩 출렁이는 장에서 레버리지를 낀 계좌는 진짜 롤러코스터다.
가장 무서웠던 건 심리였다. 내 돈만 있었으면 "좀 빠졌네, 기다리지" 하고 넘어갔을 하락에도, 빚이 껴 있으니까 손이 덜덜 떨렸다. 이자는 계속 나가는데 평가금액은 줄어드니까, 결국 제일 무서웠던 저점 근처에서 일부를 손절해버렸다. 나중에 반등했을 때 그 자리에서 팔았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속이 쓰리다. 빚투의 진짜 문제는 수익률이 아니라, 버틸 수 있는 심리적 체력을 갉아먹는다는 거였다.
한 가지 더. 요즘은 당국이 레버리지 규제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7월의 폭락 때처럼 매도 사이드카나 서킷브레이커까지 가진 않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어쨌든 개인이 빚으로 감당하기엔 시장 변동성 자체가 너무 크다. 게다가 한국은행이 지난 7월 기준금리를 2.75%로 올렸고 연말엔 3.0%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리가 오르면 내 대출 이자도 같이 오른다. 빌려서 투자한 사람 입장에선 양쪽에서 조여오는 셈이다.
지금은 어떻게 하고 있나
결론부터 말하면 대출은 다 갚았다. 손실을 확정하고, 남은 원금으로 대출부터 정리했다. 계좌는 쪼그라들었지만 이자 스트레스가 사라지니까 오히려 밤에 잠이 잘 온다.
교훈이라면 이거다. 투자에서 빚은 수익을 뻥튀기하는 도구가 아니라, 내 판단력을 마비시키는 도구에 가깝다는 것. 상승장에선 천재가 된 기분이지만, 하락장 한 번이면 그 모든 게 무너진다. 특히 지금처럼 지수가 하루에 몇 %씩 움직이는 장에서는 더더욱. 나는 이제 딱 내 돈으로만, 없어도 당장 생활에 지장 없는 금액으로만 투자한다. 재미없어 보여도 그게 오래 살아남는 방법이더라.
혹시 지금 대출 버튼 앞에서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자까지 포함해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한번 계산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 숫자를 보고도 괜찮으면 그때 결정해도 늦지 않다.
※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 공유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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