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다니면서 퇴직연금 계좌 열어본 적, 솔직히 몇 번이나 있으세요? 나는 몇 년 동안 한 번도 안 봤다. 그러다 얼마 전에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를 설정하세요"라는 알림을 받고 나서야 계좌를 열었는데, 수익률을 보고 좀 허탈했다. 이 글은 나처럼 퇴직연금을 그냥 방치해둔 DC형·IRP 가입자를 위한 정리다.
디폴트옵션이 대체 뭔데
디폴트옵션은 쉽게 말해 "네가 아무 지시도 안 하면 이걸로 굴릴게" 하고 미리 정해두는 상품이다. DC(확정기여)형이나 IRP는 원래 가입자가 직접 상품을 골라서 운용해야 하는데, 대부분은 그냥 방치한다. 그럼 돈이 저금리 대기성 계좌에 그대로 묶여서 사실상 놀게 된다. 이걸 막으려고 2022년에 법이 도입됐고, 1년 유예를 거쳐 2023년 7월 12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핵심은 이거다. 디폴트옵션을 지정 안 해두면 운용 지시가 없을 때 돈이 그냥 방치되기 쉽고, 지정해두면 최소한 미리 정한 방식으로는 굴러간다. 그래서 알림이 계속 오는 거다.
상품은 위험도별로 4단계
디폴트옵션 상품은 위험도에 따라 네 종류로 나뉜다.
| 유형 | 성격 | 주요 구성 |
|---|---|---|
| 안정형 | 원리금 보장 | 정기예금, 원리금보장보험 |
| 안정투자형 | 저위험 | 채권 중심 + 소량 주식 |
| 중립투자형 | 중위험 | 주식·채권 혼합 |
| 적극투자형 | 고위험 | 주식·TDF 비중 높음 |
여기서 재밌는 포인트 하나. 디폴트옵션 전용 원리금보장상품은 같은 은행의 일반 정기예금보다 금리를 더 얹어주는 경우가 많다. 안정형을 택하더라도 무조건 손해는 아니라는 얘기다.
문제는 다들 안정형에만 몰린다는 것
지난해말 기준 디폴트옵션 적립금은 53조3000억원으로 1년 새 32.9%나 늘었고, 지정한 가입자도 734만명이나 된다. 숫자만 보면 제도가 잘 자리 잡은 것 같다.
근데 속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다르다. 지난 3월 발표된 자료를 보면 2025년말 기준 디폴트옵션 상품의 연평균 수익률은 3.7%였다. 1년 전(4.1%)보다 오히려 0.4%포인트 내려갔다. 이유는 단순하다. 자산배분을 하라고 만든 제도인데 다들 안정형에만 쏠려 있어서다. 안정형만 놓고 보면 1년 수익률이 2.63% 수준이다.
한번 계산해보자. 적립금 3000만원을 안정형(2.63%)에 두면 1년 이자가 약 79만원. 반면 중립·적극형으로 장기 5%를 낸다고 가정하면 150만원. 매년 70만원 차이가 20년, 30년 복리로 쌓이면 은퇴 시점엔 수천만원 차이가 난다. 물론 위험형은 손실 구간도 있으니 단순 비교는 아니다. 그래도 "무조건 안정형"이 정답이 아닌 건 분명하다.
그래서 어떻게 고르면 될까
정답을 정해주긴 어렵고, 나는 이렇게 접근했다.
첫째, 은퇴까지 남은 기간을 본다. 20년 이상 남았으면 안정형에만 다 넣는 건 좀 아깝다. 55세가 코앞이면 얘기가 다르지만.
둘째, 본인 성향을 솔직하게 인정한다. 계좌가 -10% 찍혔을 때 밤에 잠 못 자는 사람이면 안정형이나 안정투자형이 맞다. 굳이 무리할 필요 없다.
셋째, 정 모르겠으면 TDF(타깃데이트펀드)가 들어간 중립투자형을 기본값으로 두는 것도 방법이다. TDF는 은퇴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알아서 주식 비중을 줄여준다. 신경 쓰기 귀찮은 사람한테는 이게 편하다.
넷째, 지금 내 디폴트옵션이 뭘로 지정돼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대부분 자기가 뭘 골랐는지도 모른다. 나도 그랬다.
결국 정답은 각자 상황에 따라 다르다. 다만 "설정해두고 잊어버리는 것"과 "저위험에만 다 몰아두고 잊어버리는 것"은 다른 문제다. 오늘 퇴직연금 앱 한 번 열어서 내 디폴트옵션이 뭔지만 확인해봐도 이 글은 값을 한 셈이다.
※ 이 글은 개인적인 정보 공유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자산관리 > 연금'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퇴직연금 실물이전, 상품 안 팔고 회사 갈아타는 법 (0) | 2026.08.21 |
|---|---|
| 국민연금 조기수령 vs 연기연금, 뭐가 이득일까 (0) | 2026.08.19 |
| 연금저축에서 TDF 고르는 법 (0) | 2026.08.11 |
| 연금저축 vs IRP, 뭐가 이득일까 (0) | 2026.08.10 |
| 국민연금 조기수령 vs 연기수령, 뭐가 이득일까 (1) | 2026.08.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