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나는 계좌를 열 때마다 심장이 뛰었다. 좋은 의미가 아니라 나쁜 의미로.
그때 나는 코인에 꽤 큰돈을 넣어놨었다. 정확히는 비상금 빼고 여윳돈이라 부를 수 있는 거의 전부. 지금 생각하면 미친 짓이었는데, 그 당시엔 "이건 오른다"는 확신이 있었다. 문제는 그 확신에 근거가 없었다는 거다.
어쩌다 몰빵까지 갔나
처음엔 소액이었다. 30만원. 재미로 넣어본 거였다. 근데 그게 두 달 만에 두 배가 됐다. 60만원. 그때부터 뇌가 이상해졌다. "아, 이거 진작 크게 했어야 했는데."
그다음부터는 순서가 뒤바뀌었다. 원래는 여윳돈으로 투자를 해야 하는데, 나는 투자를 늘리려고 다른 지출을 줄이기 시작했다. 적금을 깨고, 비상금까지 손을 댔다. 오르는 걸 보면서 "여기서 안 넣으면 바보"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몰빵의 정점은 이미 많이 오른 뒤였다. 이게 코인이든 주식이든 똑같더라. 가장 자신감이 넘칠 때가 대개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그리고 반토막
내려갈 때는 정말 빨랐다. 올라갈 때는 몇 달이 걸렸는데, 빠질 때는 2주였다. 원금 기준으로 40% 가까이 녹았다. 금액으로 따지면 몇백만원이 사라진 거다.
그때 제일 힘들었던 건 손실 자체보다 잠을 못 잔 거였다. 새벽에 눈이 떠지면 폰부터 켰다. 코인은 24시간 돌아가니까 끝이 없었다. 회사에서도 자꾸 차트를 봤다. 일이 손에 안 잡혔다. 몇 달치 야근수당보다 더 큰 돈이 하루에 왔다 갔다 하는데 업무가 눈에 들어올 리가.
결국 견디다 못해 상당 부분을 손절했다. 그리고 웃긴 게, 판 다음에 좀 반등했다. 그걸 보면서 또 한숨이 나왔다. "그때 팔지 말걸." 근데 이건 결과론이다. 안 팔았으면 더 내려갔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뭘 배웠나
첫째, 잃어도 되는 돈만 넣어야 한다는 말. 이거 진짜 뻔한 말인데, 겪어보니 뻔한 게 아니었다. "잃어도 되는 돈"의 기준은 금액이 아니라 잠이다. 그 돈이 반토막 나도 밤에 잘 수 있으면 여윳돈이고, 잠을 못 자면 그건 이미 과한 거다.
둘째, 변동성 큰 자산은 비중으로 관리해야 한다. 지금은 코인을 아예 안 하는 건 아니다. 근데 전체 자산에서 아주 작은 비중으로만 둔다. 이 정도는 반토막이 나도 "아 아깝네" 하고 넘어갈 수 있다. 감정이 흔들리지 않는 선. 그게 사람마다 다른데, 나한테는 그게 생각보다 훨씬 작은 비중이었다.
요즘 다시 시장이 어수선하다. 이번 달 비트코인은 6만 3천 달러 아래로 내려왔고, 한동안 6만 4천 달러 근처까지 올랐다가 다시 밀렸다. 애널리스트들은 6만 달러까지 더 빠졌다가 반등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솔직히 이런 전망은 맞을 때도 있고 틀릴 때도 있다. 예전 같으면 이런 뉴스에 심장이 뛰었을 텐데, 지금은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긴다. 비중을 줄여놓으니 뉴스가 무섭지 않다.
셋째, 오르는 걸 놓치는 것보다 잠 못 자는 게 더 손해다. 놓친 수익은 안 보이지만, 망가진 일상은 매일 느껴진다. 그때 몇 달을 날린 게 돈보다 아깝다.
결국 정답은 없다. 누군가는 코인으로 인생이 바뀌었을 거고, 나 같은 사람은 데였다. 다만 확실한 건, 감당 못 할 크기로 들어가면 어느 쪽이든 사람이 망가진다는 거다. 나는 그걸 몇백만원 주고 배웠다.
다들 변동성 큰 자산은 어느 정도 비중으로 굴리시는지 궁금하다.
※ 이 글은 개인적인 정보 공유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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