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주식

폭락장에서 겁먹고 판 뒤 배운 것

gfrog 2026. 8. 29. 21:11

작년 이맘때 얘기가 아니다. 바로 이번 여름 얘기다.

올여름 코스피는 정말 롤러코스터였다. 8월 초에만 해도 하루에 지수가 5% 넘게 빠졌다가, 다음 날 3.85% 오르며 6,600선을 되찾았다. 나무위키나 뉴스 정리를 보면 이번 여름 폭락이 코스피 역사상 최대 규모급이었다고 한다. 그 한복판에서 나는 계좌를 열어놓고 하루 종일 새로고침만 눌렀다. 그리고 결국, 제일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했다.

빨간불 앞에서 손이 먼저 나갔다

내 계좌는 대단할 게 없다. 맞벌이로 조금씩 모은 돈에 반도체 관련 ETF랑 코스피 지수 ETF를 섞어 담아둔 정도였다. 그런데 8월 초 그 급락 날, 하루 만에 평가액이 몇백만원이 날아갔다. 숫자로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은데, 빨간 마이너스가 화면을 덮으니까 이성이 안 잡히더라.

솔직히 그때 머릿속엔 딱 하나였다. "더 빠지기 전에 팔자." AI 거품이 터졌네, 반도체가 고점이네 하는 기사들이 쏟아지는 걸 보니 더 겁이 났다. 그래서 반도체 ETF 절반을 손절해버렸다. 마음은 좀 편해졌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삼성전자랑 SK하이닉스가 반등하면서 지수가 3.85% 튀어올랐다. 팔았던 가격보다 훨씬 위로. 계좌를 보고 한숨이 나왔다.

뭘 잘못한 걸까

나중에 차분히 복기해보니 문제는 하락 그 자체가 아니었다. 내가 이 변동성을 견딜 준비가 안 된 상태로 들어가 있었다는 거다.

첫째, 나는 저 돈이 언제 필요한 돈인지 정리가 안 돼 있었다. 2~3년 안에 쓸 돈이었다면 애초에 지수 ETF에 그렇게 담으면 안 됐다. 반대로 5년 이상 안 건드릴 돈이었다면, 하루 5% 빠졌다고 팔 이유가 없었다. 목적이 흐릿하니까 뉴스 한 줄에 휘둘렸다.

둘째, 쏠림이 심했다. 반도체·AI 쪽에 비중이 과하게 몰려 있었다. 지수가 반도체 몇 종목에 끌려다니는 장이라, 그쪽이 흔들리면 내 계좌도 그대로 흔들렸다. 분산이라고 담아놨는데 사실 다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던 셈이다.

그나마 안 건드려서 다행이었던 것

이번에 하나 잘한 게 있다면 레버리지 상품엔 손을 안 댔다는 거다. 급락 며칠 뒤에 "이럴 때 2배 레버리지로 반등 노린다"는 얘기가 주변에서 돌았다. 근데 변동성 장에서 레버리지는 생각보다 훨씬 위험하다.

간단히 계산해보자. 지수가 하루 10% 빠지고 다음 날 10% 오른다고 치자. 언뜻 본전 같지만, 100 → 90 → 99로 원래보다 1% 손해다. 2배 레버리지면 이게 증폭된다. 100 → 80(-20%) → 96(+20%)이 되어서 4% 손해다. 오르내림이 반복될수록 이 손실은 계속 쌓인다. 실제로 이번 장에서 레버리지 상품이 기초자산 하락률보다 훨씬 큰 손실을 냈다는 분석도 나왔다.

구분 하루차 -10% 다음날 +10% 결과
지수 100 → 90 90 → 99 -1%
2배 레버리지 100 → 80 80 → 96 -4%

변동성이 클수록 레버리지의 이 '녹아내림'은 더 심해진다. 반등을 노리고 들어갔다가 방향이 몇 번 꼬이면, 정작 지수는 제자리인데 내 돈만 사라져 있다.

결국 이번 여름이 나한테 남긴 건 이거다. 내가 견딜 수 있는 범위 밖의 돈은 애초에 시장에 넣지 말자. 그리고 겁이 날 때 파는 건 대체로 최악의 타이밍이더라. 정답은 없지만, 적어도 다음 폭락장엔 새로고침 버튼 대신 산책을 나가려고 한다.

다들 이번 여름 계좌는 무사하셨는지. 어떻게 버티셨는지 댓글로 알려주시면 나도 배우고 싶다.

※ 이 글은 개인적인 정보 공유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