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얘기 나올 때마다 좀 헷갈렸다. 뉴스에서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렸다/내렸다"고 하는데, 정작 내 대출 이자는 그 말대로 안 움직인다. 오히려 기준금리가 가만히 있는데도 변동금리 대출 이자는 슬금슬금 오르기도 한다. 이게 왜 이럴까. 이번 달 코픽스 발표를 보다가 정리해두면 좋겠다 싶어서 써본다.
지난주 발표를 먼저 보자.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7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연 3.18%로, 전월 3.05%보다 0.13%포인트 올랐다. 넉 달 연속 상승이고, 2024년 12월(3.22%)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걸 반영해서 8월 19일부터 시중은행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또 올랐다. KB국민은행은 신규취급액 코픽스 기준 6개월 변동금리를 4.25~5.65%에서 4.38~5.78%로 조정했다. 근데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7월 16일에 2.50%에서 2.75%로 올린 뒤 그대로다. 다음 금통위는 8월 27일인데 동결 전망이 우세하다. 기준금리는 멈춰 있는데 대출금리는 왜 계속 오르는가. 이 질문의 답이 오늘 얘기의 핵심이다.
기준금리에서 내 대출까지, 사이에 낀 것들
먼저 개념부터 정리하자.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이 시중은행과 돈을 주고받을 때 쓰는 초단기(7일) 금리다. 이건 정책 금리라서 한국은행이 딱 정한다. 반면 내가 실제로 내는 대출 이자는 은행이 "돈을 얼마에 조달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이 조달비용을 숫자로 보여주는 게 바로 코픽스(COFIX)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예·적금, 은행채 같은 걸로 돈을 끌어올 때 실제로 지불한 이자를 가중평균한 값이다. 쉽게 말해 은행의 원가다. 은행은 이 원가에 자기 마진(가산금리)을 얹어서 대출금리를 만든다.
대출금리 = 코픽스(원가) + 가산금리(은행 마진) - 우대금리
그러니까 기준금리는 대출금리를 직접 정하는 게 아니라, 코픽스라는 중간 다리를 거쳐서 흘러들어온다. 기준금리 → 시장금리·조달금리 → 코픽스 → 내 대출금리. 이 경로 곳곳에 시차와 마찰이 있어서 기준금리 움직임이 그대로 전달되지 않는 거다.
코픽스에도 세 종류가 있다
여기서 많이들 놓치는 게 있다. 코픽스는 하나가 아니다. 이번 발표만 봐도 세 가지 숫자가 같이 나왔다.
| 코픽스 종류 | 7월 값 | 전월 대비 | 특징 |
|---|---|---|---|
| 신규취급액 기준 | 3.18% | +0.13%p | 그 달에 새로 조달한 돈의 금리. 시장 변화가 빠르게 반영됨 |
| 잔액 기준 | 3.00% | +0.06%p | 과거 조달분까지 다 포함. 천천히 움직임 |
| 신 잔액 기준 | 2.65% | +0.11%p | 잔액 기준에 요구불예금 등 저원가 자금 포함. 가장 낮음 |
같은 7월인데 3.18%, 3.00%, 2.65%로 다 다르다. 왜 이렇게 갈리냐면, 반영하는 자금의 범위와 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신규취급액 기준은 그 달에 새로 끌어온 돈만 본다. 그래서 시장금리가 오르면 바로 튀어오르고, 내리면 바로 빠진다. 반응이 빠른 대신 출렁임도 크다. 잔액 기준은 예전에 낮은 금리로 조달한 돈까지 다 섞어서 평균 내니까 관성이 크다. 시장이 급하게 움직여도 천천히 따라온다. 신 잔액 기준은 여기에 이자를 거의 안 주는 요구불예금 같은 저원가 자금까지 넣어서, 세 개 중 항상 제일 낮게 나온다.
이게 왜 중요하냐. 내 대출이 어떤 코픽스에 연동돼 있느냐에 따라, 앞으로 금리가 오를 때 얼마나 빨리 아플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금리 상승기엔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이 가장 빠르게, 가장 크게 오른다. 반대로 금리 하락기가 오면 이 녀석이 제일 빨리 내려간다. 잔액·신잔액 기준은 오를 때도 천천히, 내릴 때도 천천히다.
왜 기준금리가 멈춰도 코픽스는 오르나
자, 그럼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자. 기준금리는 7월 이후 2.75%에 멈춰 있는데 코픽스는 넉 달째 오른다. 이건 모순이 아니다.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첫째, 시차다. 코픽스는 은행이 지난달에 실제로 조달한 이자를 집계해서 이달에 발표한다. 즉 태생부터 한 박자 늦다. 7월에 있었던 기준금리 인상(2.50→2.75%)의 효과가 조달금리에 스며드는 데 시간이 걸리고, 그게 코픽스에 잡히는 건 또 그 다음이다. 기준금리는 이미 멈췄어도, 이전 인상분이 아직 코픽스로 흘러들어오는 중일 수 있다는 얘기다.
둘째, 코픽스는 기준금리만 보는 게 아니다. 은행이 돈을 끌어오는 통로에는 예·적금 말고도 은행채가 있다. 은행채 금리는 채권시장에서 정해지는데, 여기엔 기준금리 전망뿐 아니라 경기, 물가, 국채 수급, 외국인 자금 흐름 같은 게 다 반영된다. 시장이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수도 있다"고 보면, 기준금리가 지금 멈춰 있어도 은행채 금리가 먼저 뛴다. 그럼 조달비용이 오르고 코픽스도 오른다.
셋째, 예금 유치 경쟁이다. 은행이 예금을 끌어오려고 특판 금리를 올리면 그것도 조달원가에 잡힌다. 자금이 몰리는 특정 시기엔 기준금리와 무관하게 예금금리가 들썩이고, 코픽스에 반영된다.
정리하면 기준금리는 코픽스를 움직이는 여러 힘 중 하나일 뿐이다. 큰 방향은 잡아주지만, 매달의 세부 움직임은 시장금리와 조달 경쟁이 함께 만든다. 그래서 "기준금리 동결 = 내 대출금리 동결"이 성립하지 않는다.
숫자로 체감해보자
추상적이니까 계산 한번 해보자. 3억 원을 변동형 주담대로 빌렸고, 원리금 말고 이자만 단순 비교한다고 치자.
코픽스가 3.05%에서 3.18%로 0.13%포인트 올랐다. 가산금리가 그대로라면 내 대출금리도 대략 0.13%포인트 오른다.
- 3억 × 0.13% = 39만 원 (연간 추가 이자)
- 한 달로 나누면 약 3.25만 원
한 달에 3만 원 남짓. 크지 않아 보이는가? 근데 이게 넉 달 연속 오른 흐름의 한 달치라는 게 포인트다. 이번 상승기 동안 코픽스가 얼마나 누적으로 올랐는지를 보면 체감이 달라진다. 그리고 6개월마다 금리가 갱신되는 상품이라면, 다음 갱신일에 그동안 오른 코픽스가 한꺼번에 반영된다. 매달 조금씩 오르는 걸 못 느끼다가 갱신일에 "왜 이렇게 뛰었지?" 하는 경우가 이래서 생긴다.
반대 상황도 생각해두자. 언젠가 금리 하락기가 오면, 신규취급액 기준 변동금리가 가장 빨리 내려간다. 지금 당장 갈아타라는 얘기가 아니라, 내 대출이 어떤 코픽스에 연동돼 있고 갱신주기가 언제인지는 알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대출약정서나 은행 앱에 다 나와 있다. 이것만 확인해도 다음 갱신일에 이자가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움직일지 미리 감을 잡을 수 있다.
그래서 뭘 봐야 하나
기준금리 뉴스만 보고 내 대출을 예상하는 건 반쪽짜리다. 나는 이제 세 개를 같이 본다. 기준금리 방향(큰 흐름), 매달 코픽스 발표(실제 원가), 그리고 내 대출의 연동 지표와 갱신주기(나한테 언제 반영되나).
8월 27일 금통위가 동결이든 인상이든, 그 결정이 내 대출에 오는 데는 시차가 있다. 당장은 이미 올라버린 코픽스가 반영되는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정답은 없다. 다만 이 구조를 알고 나면 적어도 "기준금리 가만히 있는데 왜 올라?" 하며 당황할 일은 줄어든다.
다음엔 고정금리로 갈아탈 때 손익분기를 어떻게 따지는지도 숫자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다들 지금 변동이신지 고정이신지, 댓글로 궁금하다.
※ 이 글은 개인적인 정보 공유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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